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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수준 밑도는 「정치학회」 추태/잇단 물의 빚는 「경주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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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수준 밑도는 「정치학회」 추태/잇단 물의 빚는 「경주세미나」

입력
1992.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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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문에 소요경비 첨부 “지원요청”/아부성 질문·시간 편파적 할애까지/도덕성 실추… 일부선 “학회이름 팔지말라” 비난행사 시작부터 구설수에 올랐던 한국정치학회(회장 서정갑)의 하계 세미나가 구겨진 모습으로 일관해 또다른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경주 조선호텔에서 「선거와 한국정치」라는 거창한 주제로 열렸던 이 세미나는 「최고 지성들의 학술세미나가 과연 이정도인가」라는 새로운 문제점을 제기한채 끝났다.

정치학자 2백50여명이 참석한 이번 세미나의 추태는 정치학회가 주제로 정한 「선거와 한국정치」라는 제목의 또다른 면을 새삼 부각시키며 바람직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한 또다른 경종을 울려준 셈이다.

이와함께 바람직한 토론문화 정착과 표와 여론에 약할 수밖에 없는 후보들의 집단접촉에 관한 새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정치학회가 사전에 산정한 총소요 경비는 모두 8천3백만원. 주최측은 각당 후보들에게 보낸 초청공문에 행사일정과 함께 이같은 경비내역을 첨부하면서 「지원을 요청한다」는 문구까지 삽입했을 정도였다. 이에따라 각당 대표들은 초청연설회장의 오찬·만찬비용을 부담함은 물론 별도의 두툼한 후원금을 내놓았던 것으로 각당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됐다.

정주영 국민당 대표는 행사의 스폰서로 현대를 소개했고 김대중 민주 대표는 5백만원의 격려금을 내놓았으며 김영삼 민자 대표는 주변의 부인에도 불구,전후 사정으로 볼때 상당액의 지원금을 제공했다는 얘기가 당주변에 무성하다.

이에 대해 서정갑회장은 『세미나를 위해 여야 대표들이 식사자리를 마련해준 것 외에 일체의 재정적 도움을 받은 바가 없다』며 이를 부인했지만 연회비가 겨우 2만원에 불과한 정치학회가 경주의 특급호텔에서 2박3일간의 행사를 열었다는 것 자체가 서 회장 말의 신빙성을 크게 떨어뜨린다고 볼 수 있다.

○…일부 해바라기성 정치학자들이 여당 후보에게 아부성 질문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도 큰 문제.

3일 저녁 김 민자대표 초청만찬에서 민자당 전국구 36번으로 의원승계 서열 3위인 동국대의 박근호교수는 『여야를 통틀어 정치학자로서는 내가 유일한 전국구 공천자인데 전국구 공천이 잘못돼 낙선했다』면서 『앞으로 전국구 공천에서 정치학회 회원들을 몇명이나 뽑을 것인가』라고 낯뜨거운 질문.

박 교수는 이어 한술 더떠 『대통령이 되면 정치학자들을 몇명이나 총리·장관으로 뽑아줄 것이냐』 『선비들은 공짜술을 좋아하니 오늘 밤에 술을 더 살 생각이 없느냐』는 등의 엉뚱한 질문으로 일관해 눈살. 이를 보다못한 손봉숙 여성정치연구소장은 『정치학회 회원이 전국구 의석이나 기다리고 있는 듯한 태도를 보니 같이 자리에 있는것 조차 부끄럽다』며 『개인적 부탁에 학회의 이름을 빌리지 말라』고 일침.

○…3당 후보에 대한 일문일답 기회가 불공평하게 주어지는 등 기회균등 면에서도 운영이 파행적이었다는 지적도 이번 세미나의 추태를 가중.

3일 김 민주대표 초청오찬이나 4일 정 국민대표 오찬에서는 일문일답의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반면 김 민자대표에게만 50분 가량의 일문일답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

당초 김 민주대표는 정치학자들의 질문공세에 대비,1시간여 분량의 예상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준비했으나 주최측이 기회를 주지 않아 질의응답이 불발.

김 대표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20여분 동안의 기조연설을 한뒤 질문을 받기 위해 단상에서 기다렸으나 아무도 사회를 보지 않아 질의응답이 자동적으로 봉쇄.

결국 김 대표가 직접 나서 질문을 자청했고 경북대 교수 1명만이 어색하게 질문.

또 4일 낮 정 국민대표의 연설뒤에도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음에도 질문이 2건밖에 나오지 않아 형식에 그친 흔적이 역력.

정치학회의 이같은 물의를 놓고 정치학자들의 도덕성 자체에 대한 비난이 심각하게 일고 있다. 도대체 후보들에게 대회비용을 부담시키거나 식사값을 물리는 수준의 사람들이 어떻게 유권자들의 향응제공 요구행태를 비판하고 정치인의 부도덕성을 비판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경주=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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