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강의평가」 실험 실시를 먼저(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의평가」 실험 실시를 먼저(사설)

입력
1992.07.05 00:00
0 0

대학생들에 의한 「교수강의 평가제」가 심도있게 논의됐다는 보도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는 장점보다 부작용이 더 많이 우려돼 모든 대학들에 「동시에,일률적으로」 도입하게 할 것이냐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 문제는 전국 1백41개 4년제 대학 교육협의회가 개최한 이틀동안의 총·학장 하계 세미나에서 제기된 대학교육발전 방안의 하나였다고 한다.교수강의 평가제는 선진국에서 이미 일반화된 제도이다. 대학교수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잘 가르치는 교수」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언젠가는 도입해 볼만한 제도임이 틀림없다. 더욱이 그것이 총·학장 회의에서 자발적으로 논의됐다는 데서 우리는 적지않은 관심을 갖게된다.

그러나 「93년 실시」라는 성급한 보도와는 달리,제도 도입에 총·학장들이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는 논의과정을 접하면서 그 신중한 대응에도 수긍을 하게된다.

제기된 「교수강의 평가제」 방안은 「모든 교수가 매학기 강의전에 학기내에 강의할 상세한 수업지도안을 작성,학생들에게 제시하고 학기가 끝날 무렵에 학생과 동료교수 등으로부터 평가를 받게한다」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얼른 듣기에는 아주 이상적이다. 공부하지 않는 교수에게는 딛고 설 강단을 주지 않게 된다는 분위기를 마련하는데 효과적일 것 같다.

하지만 평가주체인 학생들이 정말 「강의내용」을 감정없이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냐는게 이 제도 성패의 관건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강의 내용이 아닌 교수의 인격이나 인품만을 평가하고 특정교수를 배척하는 제도로 악용된다면,그 부작용은 가뜩이나 취약한 대학의 교권을 더욱 위축시킬 역기능적 측면도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대학의 민주화와 자율화 과정속에서 운동권 학생들이 기준도 없는 「잣대」로 어용이다,무능이다 하고 매도하는 것이 무서워 교수로서 당연히 할말도 못하는 교수가 부지기수였고,학생들에게 잘 보이려고 학점과 장학금을 남용하는 교수와 대학당국까지도 적지않았던 우리 현실을 감안해 본다면 그 제도는 교각살우의 위험소지가 너무 많다.

남을 평가함에 있어 감정보다는 이성,선공후사 정신에 따라 행동할줄 아는 사회전반의 성숙도가 전제돼야만 강의평가제는 비로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모든 대학이 일시에 도입하는 모험은 피해야 한다. 앞서가는 대학들이 먼저 실험실시를 해보고 점진적으로 확대했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