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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푸대접/원인성 런던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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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푸대접/원인성 런던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2.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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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대학교 동양아프리카대학엔 한국 중국 일본 학과가 나란히 이웃해 있다. 한국학 강사진은 모두 5명. 어학과 문학 음악 미술 철학 등의 과목을 개설하고 유일하게 한국학이란 이름으로 학위를 수여한다. 올해는 3명의 한국학 학사를 배출했다. 지난 54년 한국학 강의를 개설한 이 학과는 규모는 작지만 유럽의 학국학 본산인 셈이다.이곳에서도 동양 3국의 위상은 그대로 나타난다. 이웃 일본학과가 강사진 10명에 학생수 1백40여명,중국학과가 강사진 12명에 학생이 90여명이다. 한국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통틀어 20여명이다.

서양인 3명과 한국인 2명으로 짜여진 한국학팀은 한국학과를 일본·중국학과 어느정도 어깨를 겨룰만한 규모를 키우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외부의 지원이 절대적이다. 영국정부가 대치정권이래 교육투자를 계속 줄이고 있기 때문에 재정난을 겪고있는 대학당국에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학팀은 관계단체들과의 협조를 모색해왔다. 1차로 지난 3월 영국의 한국관계 단체들과 모임을 가졌고 오는 6일에는 런던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들과 대화의 시간을 마련했다. 그러나 지난 3월의 영국 단체들과의 모임과는 달리 6일로 예정됐던 한국기업과의 모임은 취소가 되고 말았다. 참가하겠다는 기업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달반전에 런던에 주재하고 있는 33개 한국기업의 지사·지점에 초청장을 보냈지만 참가를 통보한 곳은 대우와 대한항공 등 2곳 뿐이었다.

그나마 불참을 통보한 곳은 7곳 정도였고 나머지 회사들은 아예 응답조차 없었다. 서양인 교수들이 방학중에도 학교에 나와 기업체마다 전화연락을 했지만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한국계 기업들이 왜 이 모임에 참석하기를 꺼리는지는 알수가 없다. 일이 바쁘다거나 사전 약속이 있다는게 공통된 이유였지만 서울 손님이나 대사관의 부름에는 만사 제쳐두고 달려가는 현실과 비교해볼때 설득력은 없다.

그것 아니라도 할일이 많은데 왜 그런 모임까지 신경을 써야 하느냐는 항변이 있을 수도 있다. 여기에 거창한 명분론이나 당위론으로 답할 필요조차 없다. 한국학 연구를 꽃피우고 더 많은 영국인이 한국을 알게 하는 것은 우리가 돈을 들여서라도 해야할 일이다. 이번에 드러난 한국 기업체나 대사관의 무관심한 태도가 바로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큰 요인중의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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