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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횡포 “이제는 그만”(대학을 살리자: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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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횡포 “이제는 그만”(대학을 살리자:18)

입력
1992.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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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인사 멋대로/시설투자는 뒷짐/학교 사유물보듯/건학이념·학문발전 「지렛대」 역할되게/교수 임면권등 과감히 총­학장 위임을/친인척 이사비율등 「재단힘」만 강화 “개정사학법도 재검토를”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창의적인 학문연구를 보장하는 대학자치의 확보가 선결과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대학은 국가권력으로부터,대학을 설립·경영하는 대학법인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만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다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대학의 역사는 이러한 측면에서 대학의 민주화와 자율의 획득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대학 현실을 살펴볼 때 국가적 통제는 어느정도 완화되었지만 대학법인으로부터의 자율성 확보는 아직 요원한 것이 사실이다.

아직도 많은 대학의 설립자들이 대학을 개인의 사유물로 인식,전횡적이고 독단적인 경영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대학을 오히려 퇴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90년 11월 교육계의 많은 반대속에서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의 파행적 행태를 더욱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개정법률은 총학장이 갖고 있던 대학의 교수 직원 임면권을 학교법인에 넘겨주어 교원신분에 대한 절대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사장의 친인척이 총학장이 될 수 있도록 했는가하면 대학법인의 이사중 친인척의 비율을 과거의 3분의 1에서 5분의 2로 상향조정했으며 이사장이 여러개의 법인 이사장을 겸할 수 있도록 허용,대학법인의 권한을 현저히 강화시켰다.

○직원쓸때마다 눈치

개정법률은 또 교수통제수단으로 사용되었던 재임용제도를 「학교법인의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기간을 정해 임면할 수 있다」고 고쳐 존속시킴으로써 재단이 심하면 1년마다 재임용 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

한양대 권형준교수(법학)는 『개정된 법이 사학의 공공성 신장에 정면으로 배치될뿐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학문자유 및 대학자율성을 침해함으로써 위헌적 소지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K대 이모 교수는 『이제는 사환채용까지도 이사장의 결재를 받아야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항할 수 있는 교수들의 현실적인 수단은 전무하다』며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법인의 법악용 개연성을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장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립학교법 개정은 각 대학법인이 사장들의 모임인 학교대학법인협의회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를 통과한 개정법률안은 교육부의 당초 개정안과 딴판이었다. 대학법인 협의회는 정기총회를 열고 자신들의 대의원 로비성과를 자축하기도 했다.

지난달 10일 장기간의 분규 끝에 관선이사가 파견된 인천대 사태의 전말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대학법인의 부정적인 모습을 단적으로 볼 수 있다.

6·25이후 선인학원을 설립,유치원 중학교 고등학교를 망라하는 국내 최대의 학원으로 키운 이 학교 설립자는 학교를 자신의 개인 소유물로 인식,학교청소부까지 직접 임명하는 등 지나친 독선을 일삼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직원은 물론 교수,총장까지도 설립자의 눈에 벗어나면 온전하지 못할 정도로 설립자의 말은 곧 법이었다.

5공이 들어서자 개인적 비리와 관련해 구속된 뒤 이사장직을 떠났지만 최근까지도 학교는 그의 원격조정에 의해 움직여왔으며 이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사람은 교수든 학생이든 해임되거나 제적됐다.

학교운영은 개인적 치부의 수단이었고 학교발전은 그 다음이었다.

종합대학인 인천대는 주요건물인 인문대의 경우 개축공사가 12년째 방치돼 비가오면 학생들이 바지를 걷고 수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도서관이 없어 본관 2개 층을 임시로 사용하고 있으며 실험실습실이 부족,국고 수십만달러로 구입한 최신 기자재가 포장도 뜯지못하고 창고에 썩고 있다.

학교법인의 부정적인 모습은 법인의 족벌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많은 대학법인은 대학에 전근대적인 족벌체제를 구축,교육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

오랫동안 학내분규로 말썽을 빚어왔던 세종대 등 많은 사립대학은 족벌재단과 재단의 횡포가 큰 불씨로 작용했다는 것이 대학교수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부실한 경영으로 학교재정은 재단전입금이 아닌 학생등록금으로 대부분 충당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오히려 학교재산을 유출하는 등 불법을 자행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88년 세종대 총학생회가 폭로한 한장의 편지는 이들의 모습을 잘드러낸다.

이 편지는 이사장의 친척인 여 교수가 이사장의 아들에게 밀고형식으로 보낸 것이다.

『존경하는 기획실장님,가족의 한사람으로서 도저히 보고있을 수 없어… 모교수는 이사장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자르지 않았고 모학장은 학생들이 이사장님을 비난하는 시위를 하는 데도 적극 말리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친인척을 교수로 임명하는 등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으며 교수직을 매매하는 등 비리도 서슴지 않는다.

○등록금 유용 말썽도

D대 박모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법인이 대학을 자신의 사유물로 생각,좌지우지하는 곳도 없을 것』이라며 『아버지가 학교를 세웠다고 아들이 이사장이 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고 반문했다.

대학의 교육적 측면을 도외시한채 기업의 한 수단으로 운영하는 것도 대학법인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한 단면이다.

재벌기업이 손을 떼 유명무실한 재단이사회 체제가 계속되고 있는 성균관대의 경우 실질적 후원자겸 경영자로 참여했던 기업이 대학발전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대학을 기업처럼 운영해온 사례로 꼽을 수 있다.

79년까지 이 학교를 운영한 S그룹은 수원에 있는 자신들의 땅 30만평중 15만평만 교지로 활용,재단에서 손을 뗄때 다시 학교에 매도했다.

이 자리에 학교가 들어서자 땅값이 큰폭으로 상승,S그룹은 결과적으로 학교를 상대로 또는 학교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모대학의 경우에는 법인이 학생의 등록금을 은행에 예치,이를 담보로 대출받은 돈을 재테크로 불려 기업에 유용하기도 했다.

사립S대 김모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의 경우 교육사업을 하는 기업 및 개인의 교육적 신념과 양식이 부끄러울 정도로 잘못돼 있다』고 지적,『현재의 상황에서는 법인이 학교에서 돈을 뜯어가지 않는 것만도 다행일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대학법인의 양태는 법인자체 뿐만 아니라 국가 등 사회전반적인 모순이 함께 만든 합작품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정부는 양적 팽창 때문에 심각하게 악화된 대학의 재정을 국고지원을 통해 해결하려하지 않고 구조적 모순이 있는 사학을 동원함으로써 부정비리의 온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대학은 스스로 학문발전을 게을리해 교육적 투자환경을 스스로 저해했다는 지적도 있다.

사립S대 이모 교수는 『현상황에서 무조건 법인만 나무라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그래도 많은 대학들이 법인과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대학법인이 그동안 대학발전에 기여한 공로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설립자공 인정을”

현재 나타나고 있는 대학법인의 대학자율성 침해에 관해 논의하려면 우선 법인과 대학 총·학장의 역할에 대한 관계설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대학의 설립자가 이사장인 대학법인은 대학발전의 주체로서 대학관리의 고유한 기능을 갖고 대학운영과 실제 권한은 대학의 총·학장을 통해 표현되고 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 의견이다.

대학법인 이사장의 책임은 총·학장을 지도,보호하고 지원하며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역할이 주어져 있다.

이론적으로 총·학장은 대학 내부를 총괄하는 내부총책임자이며 이사장은 대학 외부업무를 총괄하는 외부 총책임자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러한 역할구분이 제대로 실행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점을 극복하기 위해 법인은 건학이념을 유지하고 교육환경조성에 앞장서 육영사업을 통한 사회적 존경으로 보람을 느끼는 자세가 필요하며 교수 등에 대한 임면권을 총·학장에게 다시 돌려주는 등 견제와 균형의 원리아래 대학이 자율성을 회복하는데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서울대 김동건교수 연구보고서 발표/“국립대도 특수법인으로”/“자율적 학사행정·교육활성화 위해/인력·예산의 효율운영에도 큰 도움”

국립대학도 특수법인으로 만들어 학문연구의 활성화와 대학발전을 도모해야한다는 의견이 폭넓게 제기되고 있다.

김동건 서울대 교수가 최근 대교협의 「대학교육」지에 기고한 「국립대학의 특수법인화,그 의미와 발전방향」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요약한다.

국립대학이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국립대학의 모든 운영이 현행법 제하에서 정부전체의 공통적인 법규와 지침에 따라야하므로 교육기관의 특수성을 살리지 못하고 정부로부터 획일적인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데 있다.

국립대학을 특수법인으로 전환시키려는 목적은 이같은 법적제약요인으로부터 탈피,대학운영의 자율성과 능률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비교적 생소한 개념인 국립대학의 특수법인화는 지난 87년말에 작성된 교육개혁심의회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교육개혁종합구상」과 89년 말에 작성된 「교육개혁 장단기 추진계획」에서 제시된바 있다.

정부가 특별법의 제정을 통해 특수법인을 허용하면 그 법인은 공공목적을 수행함에 있어서 법인체로서의 독자성을 인정받게되고 정부의 출자 또는 재정지원을 받게된다.

이같이 특수법인체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면 국·공립 대학은 운영상의 재량권이 확대되고 인력과 예산의 신축적인 자체조정 및 활동이 가능하게 돼 경영합리화를 꾀하는 등 자율적 운영체제로서의 획기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기대효과는 국·공립대학이 일종의 정부기관으로 안주하는 타성에 빠지고 않고 창의적,자주적인 발전노력을 경주하게 됨으로써 현재의 무사안일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에따른 현실적인 문제점도 있다. 특수법인화는 경영적 융통성을 확보하는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때문에 교직원들과 동창회의 반대도 예상할 수 있다.

특수법인이 된 뒤에도 정부로부터 인사권,학사운영권 및 재정권을 위임받지 못하고 통제와 간섭을 계속 받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국립대학의 특수법인화를 위한 기본적인 접근방향을 우선 서울대 등 일부 대학에 국한시켜 실시한 뒤 점차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같은 방향속에서 ▲의사결정체계의 민주화 ▲대학조직의 합리화 ▲학사관리제도의 개선 ▲인사관리의 자율화와 효율화 ▲재정의 강화 및 예산운영의 개선 등이 구체적 방안으로 모색돼야 할 것이다.

□특별취재반

설희관차장·유승우·김철훈·고태성·남대희·이성철·이태희기자(사회부)

장계문기자(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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