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 폭풍전야… “안방 내줄판”/일사들 “시장조사 완료… 탐색전 끝났다”/내년초가 “진출 D데이”… 유럽사들도 채비『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1일로 2단계 유통시장 개방 1년을 맞는 국내 유통업계는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지난 1년 사이에 당초 우려했던대로 외국의 유통업체가 전면공세를 취하진 않았지만 일본 미국 등지의 대형 양판점들이 탐색전을 끝내고 상륙시기 결정만을 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개방 4년여만에 대만의 가전시장을 초토화(TV 75%,VCR 85%,냉장고 62.1%,세탁기 72.1%)시킨 그들의 위력을 잘알고 있는 국내 유통업계는 최근 일본의 대형 가전사인 소니사가 서울의 한 복판인 남대문로에 대형 옥외광고판을 설치하는 등 일본업체들의 광고가 본격화되면서 1년째 수면하에 잠복해 있던 일본의 공세가 유통시장 3단계 개방이 시작되는 내년초를 기점으로 표면화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일본 통산성은 지난해 개방당시 정신대문제 등으로 악화돼있던 한국 소비자들의 대일 감정을 고려,당분간 한국시장 진출을 유보하라는 「작전상 일보후퇴」 명령을 내린바있어 가장 적합한 시기에 일제히 공세를 취할것으로 보이는데 그 시점이 바로 내년초가 될것이라는 것.
실제로 지난해 내수매출 2천3백억엔을 기록,일본 가전양판점업계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베스트전기를 비롯,상신전기 등 일본의 대형 가전양판업체들이 이미 국내 시장조사를 완료한 상태이며,소니사는 한국인 30여명을 뽑아 지난해 본사연수를 실시하고 서울,부산에 애프터서비스센터를 설립하는 등 활발한 물밑작업을 진행해 오고있다.
이들 일본업체들은 우리측의 수입선 다변화품목으로 규제되지 않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중국 등의 현지공장에서 생산되는 중저가 상품으로 국내에 진출한다는 전략을 세우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가전사들이 겁을 내고 있는 것은 일본 가전양판업체들의 저가공세. 제조업체들이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국내상황과 달리 일본의 유통업체들은 유통마진을 직접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장진출 초기에 유통마진을 대폭 줄여 무차별 저가공세를 해올 경우 가뜩이나 적은 마진폭으로 골병이 들어있는 국내 가전대리점들은 경쟁상대가 되지 않아 한국시장의 장악은 시간문제다.
이에 대비,최근 국내 가전사들은 일본제품과의 품질격차를 줄이고 한국시장에 적합한 고유모델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일본 유통업체들이 초기시장 진출때 현저하게 가격대를 낮추는 한편 한 회사의 제품만을 취급하는 국내 대리점들과 달리 다양한 제품을 갖춰 고객확보에 나선다면 국내 유통시장에 일대 파란을 물고올 것으로 보고있다.
가전유통분야외의 여타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아직까지 개방의 파급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은 편이지만 지난 1년동안 외국 도소매업체들의 국내 투자액수는 모두 17건에 4천2백80만1천달러로 전년동기(3건 73만8천달러) 보다 무려 60여배가 증가했다.
냉장고 세탁기 등 이른바 백색가전기기 판매분야에서 유럽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사와 본격적인 종합도매업종에 진출한 네덜란드의 마크로코리아사는 서서히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어 국내 유통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백화점 쇼핑센터 슈퍼체인 등 유통분야에서는 외국기업의 진출 움직임은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이미 외국의 대형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로열티를 받아가며 각종 기술제휴를 통해 한국시장에 대한 분석을 마쳐놓고 있어 매장에 필요한 부동산 매입이나 국내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문제가 해결될 경우 언제라도 공세를 취할것으로 보인다.
결국 외국의 유통업체들은 지난 1년동안 대대적인 「전면전」을 앞두고 탐색전을 가졌던 셈이다. 일본의 유통업체들은 미국이나 유럽업체들의 진출을 앞세워 외국업체들의 진출이 기정사실화 되는 93년 3단계 개방때를 「D데이」로 잡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93년 3단계 유통시장개방을 앞두고 국내 유통업계는 여전히 ▲물류센터 부족 ▲덤핑범람 ▲대기업 유통독점의 문제점을 안고있어 유통분야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 또한 달라진게 없다.
선진 유통기법으로 무장한 외국 유통업체의 전면적인 공세를 앞두고 소비자들에게만 국산품 이용을 외치는 안이한 자세로는 안방을 외국 유통업체에 내줄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유승호기자>유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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