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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교의 잡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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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교의 잡음(사설)

입력
1992.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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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종교열과 선교열은 세계 으뜸으로 꼽힐만하다. 특히 1천만 신자를 헤아리는 개신교의 급성장은 세기의 기적이라할 만큼 놀랍다. 과장이긴 하나 한집 건너 교회라고 말할 정도로 번성을 구가하고 있다. 범아시아권에서 교도수가 7분의 1을 차지하는 교세를 자랑한다. 양적으론 대단한 급팽창이다.땅 끝까지 복음을 전파한다는 소명으로 한국 개신교가 해외 선교에 나선 지도 80년을 넘었다. 그 열의 또한 몹시 뜨거워 오히려 과열을 걱정하게 되었다. 선교사라면 벽안의 서양인을 얼른 연상하던 과거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과잉 선교열이 해외에서 말썽과 시비를 일으키고 있음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동남아에서 물의를 일으켰고 작년에 중국정부가 공문을 통해 한국의 선교자제 협조를 요청해 왔다.

이번엔 러시아에서 불미한 소식이 전해졌다. 모스크바에 있는 한국대사관이 북방 선교대책을 정부에 건의한 것이다. 우리 개신교의 과열경쟁이 현지서 치열하게 펼쳐지자 금품살포 신자뺏기 교회난립의 추악한 양상이 벌어져 러시아인과 러시아 정교회의 심한 반발에 봉착했다고 한다. 그냥 놔두면 한국인 추방이라도 전개되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나올 지경인 모양이다. 이것이 한낱 기우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해외선교에서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현지인과 현지문화 특히 종교에 대한 이해이다. 동양에서 지난날에 겪었듯이 자칫하면 문화침략으로 오해받을 소지를 미리 없애야 한다. 기독교에 관한 한 러시아인의 신앙적 전통과 분위기는 우리보다 훨씬 앞섰고 뿌리가 깊다. 종교를 백안시하는 공산체제로 인해 이러한 정서는 크게 제약을 받았다해도 그 근간은 살아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기독교에 관해 백지상태인 동양에 서양 선교사가 포교할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개신교가 국내의 왕성한 종교열에 고무되어 그 신앙의 정열을 해외에까지 확산하려는 의도는 탓할 까닭이 없다. 복음의 전파는 기독교의 엄숙한 사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내부로 안고 있는 고질을 그대로 외국에 가서 드러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오히려 국민의 수치감을 불러 일으킬 따름이다. 현지 대사관이 지적한 세가지 과열과 병폐는 교단내부에서 조차 자성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임을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교역자들만이 아니고 평신도들의 선교행렬이나 해외여행도 자제가 있어 마땅하다. 선교를 빙자한 관광여행이라는 핀잔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선교활동은 현지의 상대를 자극하지 않고 이심전심,문화적인 접근방법으로 진행함이 불필요한 반발을 초래하지 않는 첩경일 것이다. 범교회 차원의 심사숙고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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