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중 대선… 정계재편 예상/상대적 소여화… 견제력 강화/정치불신·의정구태·타락선거 시정등 「짐」도 많아29일 출범한 14대 국회는 막중한 책무속에서 독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왜냐하면 14대 국회는 임기 초반에 대통령 선거를 치를 뿐 아니라 차기 대통령 임기중에 15대로 넘어가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회는 항상 정권의 탄생 및 소멸과 운명을 같이 해왔으며 새 대통령이 선출된뒤 임기를 시작해 왔다. 국회가 먼저 구성된뒤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14대 국회 임기중에는 우리의정 사상 처음 경험해보는 여러가지 정치적 상황들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뒤 어떤 형태로든 정계재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고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지간에 사실상 상대적 소여의 구도가 재현돼 국회의 힘이 그 어느때보다 막강해지리라는 예상 등이 좋은 예이다. 그런가 하면 대통령 선거가 있는 12월까지는 국회의 모든 초점이 대통령 선거에 모아지며 이 때문에 국회가 선거운동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따라서 14대 국회는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두며 소용돌이 칠 「초반의 혼돈기」와 대선 이후에 전개될 「중반의 조정기」를 거쳐 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강력하게 견제할 「후반의 전성기」로 구분될 수 있을 것이다.
「초반의 혼돈기」에서는 국회가 바람잘날이 없을 것같다. 각 당이 대통령 선거를 의식하기 때문에 한치 양보없는 강공속에 격돌이 계속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자치단체장 선거시기와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대통령 선거법 개정 등은 각 당의 사활이 걸린 대통령 선거에서의 득표와 맞물려 있는 대목이다.
이 문제는 이번의 개원국회에서 타결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이 될 가을 정기국회까지 이월될 가능성이 크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 선거전 자체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회는 이 과정에서 구태를 벗지 못하면서 가뜩이나 심화된 정치불신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새 정권 등장이후가 될 「중반의 조정기」는 국회가 각당의 대표주자인 대통령 후보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제기능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 박찬종후보 등 4파전으로 일단 굳어진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새 대통령이 되든 대통령의 국회에 대한 장악력은 현격하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여당후보인 김영삼씨가 당선되는 경우는 물론 야당후보인 김대중 정주영 박찬종씨가 당선되더라도 국회는 사실상 상대적 소여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새 대통령은 청와대가 권력지분의 대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국회에 대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과거와는 달리 국정운영에서 국회의 협조를 구해야만 할 처지가 될 확률이 크다.
이 경우 주목되는 것은 「힘의 진공」 상태를 가만놔두지 않을 의원들의 이합집산,즉 정계재편의 가능성이다. 벌써부터 정가에서는 이를 염두에 둔 여러 얘기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임기후반에 맞게될 14대 국회의 전성기는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국회가 민의의 전당이라는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 막강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쯤가면 정치분야는 물론 사회 각분야의 민주화가 상당부분 진전돼 있을 것이고 국정운영에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가 그런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회에 대한 장악력이 약해진 새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는 우리 헌법이 원래 지향하고 있는 내각제적 요소가 상당부분 반영될 것이고 사회 각 분야의 다양한 목소리가 국회라는 창구를 통해 수렴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14대 국회는 이처럼 여러측면을 지니고 있는 것 못지 않게 해결해야할 책무도 많이 지니고 있다.
우선 갈데까지 가버린 정치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고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정치상을 정립해야만 한다. 다행스럽게도 14대 국회는 그런대로 인적충원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새바람이 불고 있어 이러한 책무를 다소나마 해낼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함께 왜곡된 정치풍토를 시정시키는 일도 시급한 과제중 하나이다. 3당 합당에 이어 계속된 날치기와 몸싸움,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잘못된 정치관행,타락 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선거풍토 등은 14대 국회가 반드시 바로잡아야할 대목이다.
또 타성에 젖어있는 국회운영과 관련한 구태의 많은 부분도 시정되어야만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의원들의 자기희생과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14대 국회는 이같은 책무를 완성해낼때 비로소 정치의 선진화와 민주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이병규기자>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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