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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수익금 매년 대학기부 “화제”/신촌 「만미식당」주인 황채봉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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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수익금 매년 대학기부 “화제”/신촌 「만미식당」주인 황채봉씨

입력
1992.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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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부터 연대에 도서구입비로/“그저 학생들에 되돌려줄뿐” 겸손연세대 건너편 신촌시장 뒷골목에서 17년째 만미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황채봉씨(57)는 올해에도 도서구입 기금으로 4백여만원을 연세대에 기부했다.

88년부터 매년 2백만∼3백만원씩 기부해온 황씨 덕분에 연세대는 그동안 각종서적 2천80여권을 구입했다.

대학주변의 점포주들이 시위피해를 보상하라고 찾아오곤 하던때 황씨는 거꾸로 돈을 내기 시작해 대학관계자들을 놀라게 했었다.

연세대 학생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만미식당의 돼지갈비는 다른곳보다 20%정도 값이 싸고 양은 2배가까이 많다. 야채는 무제한 무료제공된다.

호주머니가 넉넉지 않은 학생중 황씨의 후한 인심덕을 보지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82년과 87년부터 황씨의 처남과 둘째아들이 운영중인 맥주집 만미Ⅱ와 만미Ⅲ도 값싼 기본안주와 각종 서비스메뉴로 항상 학생들이 붐빈다.

전남 곡성출신으로 6·25의 소용돌이 속에 학업을 일시 중단해야했던 황씨의 학생들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생면부지의 학생이 돈이 없다며 외상을 요구해도 마다하지 않는다. 통행금지시절 인사불성이 된 학생들에게 차비와 여관비까지 보태준 일도 수없이 많다.

연세대학생들중에 황씨를 「아버지」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어버이날에는 황씨와 부인 오순임씨(54)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학생 등 4년전 부인 오씨와 신장절제수술을 위해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을때 병원측은 특별병실을 마련해주기까지 했다.

황씨는 도서관에 헌금 하는 뜻을 『그저 학생들이 좋고,또 학생들로부터 번돈을 되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 이라고 말한다. 처음엔 학비없는 학생 몇명에게 장학금을 줄까도 생각했지만 그보다 모든 학생들에게 골고루 도움을 주기로 했다.

56년 21세때 뒤늦게 순천농고를 졸업한 황씨는 막바로 상경,행상과 점원생활도 했고 62년부터 10여년간 말단 철도공무원으로 일했다. 그러나 쥐꼬리만한 봉급으로 4남매와의 생계를 꾸릴 수 없어 시작한 일이 바로 식당이었다.

제대로 몸을 돌보고 살아오지 않은 탓인지 황씨부부의 건강은 좋지 않다.

부인은 3차례 큰 수술로 바깥출입을 못하며 황씨도 신경통으로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창천동 집도 올해 가을까지 빚을 다 갚아야만 온전한 내집이 된다. 4년전 연세대에 처음 도서구입비를 기부할 때만해도 황씨는 방 두칸짜리 사글세를 살았었다. 황씨의 기부행위는 결코 돈자랑이 아닌 것이다.

황씨는 한달에 한번정도 가족들과 종업원들이 모이는 회의를 열고 언제나 『연세대 앞에서 장사하는한 절대로 음식을 아끼지 말고,매년 도서관 기금을 잊지말라』고 강조한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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