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대 국회 개원을 위한 임시국회가 오늘 열린다. 소집요구는 민자당 단독으로 낸 것이지만 민주·국민 양당도 개별등원을 하기로 합의하고 있으므로 14대 국회는 법정시한 마지막날에 간신히 개원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14대 국회가 문을 여는 이날은 마침 6·29선언 5주년을 맞는 날이어서 또다른 감회를 더 해준다.이번의 14대 국회는 노태우 정권과 마지막 6개월을 함께 할 국회이면서,30여년만에 처음으로 민간인 출신 대통령이 이끌게될 정권과 새로운 정치를 함께 펼쳐나가야할 국회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지는 것이라고 하겠다.
6·29선언으로 시작된 민주화 작업을 마무리짓고 권위주의로부터의 탈피와 확고한 문민정치의 수립을 이룩할 수 있는 시점이 바로 14대 국회의 재임기간이라고 짐작되기 때문이다.
더욱이나 이 기간중에는 남북통일에 대한 전망이 보다 뚜렷하게 부각될 가능성이 커서 14대 국회가 가지는 비중은 더욱 무거워진다고 할 수 있다.
6·29선언이 우리나라 민주화에 시동을 건 것은 사실이지만 당초에 기대했던 것 만큼 순조롭게 그 작업이 진행되었거나 민주화가 잘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고 우리는 보고 있다. 노 대통령이 6·29선언을 자신의 통치철학이요 나라를 다스리는 기본이념이라고까지 자부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만한 하더라도 오랫동안에 걸친 군사문화의 자취를 완전히 지웠다고 자신하기에는 아직 이르며,그러한 지난날의 상처를 씻기위한 노력이 충분했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 같다. 인사정책을 비롯한 여러가지 부문에서 우리는 기득권 옹호에 충실하고,반민주적 제도와 세력이 희생당해온 계층 구제에 소홀했던 6공 정권의 행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연기만 하더라도 그 이유와 명분은 여하간에 6·29선언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처사였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정법 위반행위를 가볍게 보는 사고와 구습을 6·29선언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14대 국회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문제를 놓고 개원벽두부터 여야간에 극심한 대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의 선결을 요구하는 야측과 95년 선거를 고수할 여측이 적정한 선에서의 타협을 유도해내지 못한다면 국회는 당분간 공전되거나 파행운영이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이같은 사태가 생긴다면 국회의 위상이나 권위는 말할 것 없고 정치전반에 걸친 국민의 불신감은 골을 더 깊게 할 것이 불을 보듯하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에 대한 불신풍조가 팽배해있는 판에 국회가 연일 싸움이나 하고 할 일을 제대로 못한다면 국민은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며 이는 다음 대선과 차기 정권에까지 나쁜 뜻에서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 틀림없다.
경제문제,남북문제,민생치안문제 등 긴급히 처리해야 할 중요사안들이 산적해 있는데 국회를 마냥 공전만 시킬 수는 없다. 여야는 하루속히 타협점을 찾아내서 정치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아야 할 것이다. 양시 양비론을 논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나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면 그 책임은 여야 양측 모두에게 있다고 보고 싶다. 최선이 안되면 차선에 만족할 줄 아는 정치자세가 아쉽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