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이 학교재정의 실상을 공개했다. 91년 3월1일부터 92년 2월29일까지 1년간 학교재정 운영결과에 대하여 공인회계사의 감사를 받은 결산공고를 23일 조석간신문에 냈다.「대학도 이제 회계를 공시합니다」라는 공고 제목이 말해 주듯이 이것은 우리 대학,특히 사학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 재정 실상에 눈이 끌린다. 당기 자금 수입합계가 3백63억8천1백66만여원이다. 수입 총액을 크게 나눠본다. 입학금·수업료·기성회비 등 통칭 학생등록금의 비율이 60.82%다. 부채입금·장기차입금·교육차관 등 빚이 20.24%,순수법인 전입금 5%,기타 수입금 13.94% 등으로 짜여졌다.
당기자금 지출총액 3백10억4천8백54만여원의 지출내역을 보면,교수봉급 등 인건비가 26.39%로 역시 가장 많다. 다음은 연구비(20.60%) 교육시설비(11.27%) 부채상환(8.73%) 실험기계 구입 및 실험실습비(7.31%) 장학금(6.44%) 순이다. 장학금 총액은 등록금 총액의 10% 의무규정을 지켰다.
누가봐도 건전재정이랄 수는 없다. 부채성 수입비중이 너무 크다. 부채상환으로 허덕이는 사학 재정난을 실감케한다. 그러나 홍익대의 재정실상을 보면서 놀라워하는 것은 대학재정의 취약성을 새삼 확인했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건학 1백년」을 눈앞에 둔 사학도 몇개나 있다. 「우리 교육 근반세기」동안에 아메바처럼 팽창한 사학들은 대학수에서는 75%,대학생수에서는 80%를 수용하고 있다. 이 나라 고등교육에서 막강한 역할과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학 재정운영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비공개주의를 금과옥조처럼 고수한다. 소규모의 사기업도 그 공정성을 인정받기 위해 공인회계사의 감사를 거친 결산공고를 내는 것이 상식화된 세상이다.
하물며 사람을 기른다는 대학과 대학을 경영하는 학교법인이 「결산공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학 스스로가 공익성과 공정성을 인정받으려는 노력의 포기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교육선진 어디에도 없는 특례다.
홍익대의 결산공시는 그래서 한없이 돋보인다. 이 나라 사학들의 떳떳하지 못한 재정비공개주의를 깨부수는 혁신의 메시지이다. 프레스토승용차를 직접 운전하고 교수연구실보다 더 비좁은 총장집무실을 고집할 정도로 티없이 맑은 처신을 해온 이만영총장이나 되니까,치켜들 수 있는 사학이정의 밝은 횃불인 것이다. 사학사에 길이 남을 장거다.
나머지 96개 사립대학들도 재정운영 공개주의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지금은 비록 이 총장의 갑작스러운 재정실상 공개가 돈키호테처럼 보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외롭게 열어 놓은 길은 우리 사학들이 좋든 싫든 가야할 정도다. 사학들이 위기라고까지 말하는 재정난을 극복하자면 그길밖에 없다. 사학에 대한 지원논리가 사회적인 합의를 얻자면 대학 재정운영의 공정성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것이 가장 우선하는 전제조건이다.
등록금을 현실화하는 문제·1%도 안되는 국고보조를 일본처럼 15∼20%로 끌어올리는 어려운 현안·언젠가는 도입해야할 기여입학제 등 사학재정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정책들을 앞당겨 실현시킬 수 있는 바탕마련은 바로 사학재정의 공개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사학들이 부실한 학교재단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꺼려 비공개주의에 더 이상 연연하면서 입으로만 재정위기를 외쳐대어본들 그 말을 믿을 국민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 정말 심각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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