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서 서해까지 「분단의 산하」 대파노라마/휴전선 백55마일… 53m 화폭에 담아/통일결실 상징 4계절로/“철책선 언제나 무너질지”분단의 한과 통일에 대한 염원의 운필로 휴전선 1백55마일을 초대형 화폭에 실경 산수화로 담는다.
지난 4월1∼16일에 15박16일간 국토를 횡단,동해에서부터 서해까지 갈라진 한반도의 허리를 답사했던 부산의 원로화가 금원 박정규화백(60)은 경남 양산군 양산읍 북부리 양산문화원 2층에서 가로 53m 세로 1m의 대형 화선지에 휴전선 1백55마일을 그려내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작제작을 돕기위해 양산문화원측이 조건없이 마련해준 작업장에는 대형 화선지가 사방벽을 감싸고 있다.
80년초 낙동강의 발원지인 강원 황지(현지 태백시)서부터 부산 다대포까지 1천3백리 물길을 따라 걸으며 낙동강 대장관도를 6년이나 걸려 1백m 길이의 화폭에 담았던 박 화백은 화가로서의 두번째 역작에 필생의 심혈을 쏟고 있다.
휴전선 1백55마일 실경산수화는 9월말께 완성돼 내년 5월 완공예정으로 서울 용산구 삼각지 옛 육군본부자리에 건립중인 전쟁기념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이 화폭에는 6·25 당시의 격전지와 전쟁의 상흔 등이 동서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1차 스케치를 바탕으로 호국·보훈의 달인 6월1일부터 그리기 시작한 박 화백은 24일 현재 23m를 진행,강원 철원의 월정리역에서 북을 향해 내달릴 꿈을 안은채 녹슬어 주저앉은 철마를 그려 넣었다. 남방한계선 철책선 인근 고지에서 비무장지대와 북쪽땅을 35도 각도로 내려다보며 조감한 그림에는 분단의 산하가 4계절로 그려진다.
흰 판도속에 해가 돋는 동해에서 통일전망대 향로봉(남),채하봉(북),금강산,제4땅굴,단장의 능선,크리스마스고지,피의 능선,우리측 대성동마을까지의 강원 산악지대는 한서린 봉우리들이 눈덮인 설경으로 묘사됐다.
이어 제2땅굴옆으로 6·25 격전지였던 철의 삼각지대부터 9사단 적전비가 있는 백마고지,임진강까지는 안개속에 분홍색 초록색 풀꽃들이 어우러진 봄으로 처리되고 경기 연천에서 송악산까지는 여름,판문점서부터 임진강 한강 서해 강화까지는 인고의 세월을 거쳐 통일의 결실을 상징하는 가을의 휴전선이 그려진다.
지난 3월부터 준비작업을 해온 박 화백은 6개월여 혼신의 노력으로 완성될 작품을 아무 조건없이 전쟁기념사업회에 기증할 계획이다.
4남매를 모두 출가시키고 고향인 경남 함안에서 농사를 짓는 부인과 떨어져 부산에서 활동해온 박 화백은 양산문화원 부근에 방을 얻어 작업실과 임시 거처를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수묵회 회장을 역임하며 부산의 동양화단을 지켜온 박 화백은 생활의 굴레에 속박되지 않으려는 고집쟁이 화가로 유명하다.
낙동강 1천3백리를 그려내기 위해 6년간 현지답사할 때 허름한 노화가는 수상한 사람으로 신고돼 시골지서에 연행되는 곤욕도 치렀다.
박 화백은 휴전선 1백55마일이 완성되면 89년부터 지난해까지 거제 해금강에서 여수 오동도까지 현지답사를 마친 한려수도 실경산수화를 또 그릴 계획이다.
『민족분단의 아픔과 한이 서린 휴전선 1백55마일을 그림으로 후세에 남기는 것은 분단시대를 사는 화가로서의 사명』이라는 박 화백은 『국토를 횡단하며 금방이라도 철책선이 무너질 것 같은 환상에 빠지다 조만간 그런 날이 올 것 같은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양산=안재현기자>양산=안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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