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만 투표자격” 뿌리내리기 걸림돌/직원·학생 참여목소리 긍정적 검토를/선거운동 기간도 늘려 정견발표등 확대… 선출후유증 없게해야대학운영의 최고책임자이며 대학의 사회적·교육적 역할에 상응하는 권위의 상징이기도 한 대학총장은 어떻게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또 88년 교육자율화 조치이후 보편화되고 있는 총장직선제는 제대로 정착되고 있는가.
대학자율화 이전까지 대학의 총·학장은 국·공립의 경우는 국가권력에,사립은 재단에 전적으로 임면권이 장악돼 있어 정치권력과 재단의 대학관리를 위한 중간대리자로서의 위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캠퍼스의 봄」이 시작되면서 총·학장 선출문제는 각 대학의 핫이슈로 등장했다. 「총장은 대학 구성원들이 직접 뽑는다」는 대원칙이 무리없이 수용되는 분위기속에서도 학생·교직원들의 참여요구로 많은 대학이 학내분규의 몸살을 앓기도 했다.
이같은 대학구성원간의 갈등요인은 대학에 따라서는 2대 직선총장이 나오고 있는 현재에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 내연하고 있다.
연세대 교수들은 지난 20일 결선투표에서 박영식 현 총장은 송재교수(경영학) 등 2명을 2대 직선총장 후보로 선출,재단에 추천했다.
○학내분규 불씨 제공
그러나 직원노조와 과장협의회,사무직협의회 등 7개 직원단체로 교수들만의 투표에 즉각 반발,독자적인 「총장선출특위」를 구성해 지난 20일 별도의 투표를 실시,송재,박영식 두 교수를 후보로 선출하는 등 진통과 혼선이 일고 있다.
노조는 『대학조직의 최고관리자인 총장 선출에는 대학행정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의 참여가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며 『직원 등 대학구성원을 배제시킨 것은 교수들의 비뚤어진 권위의식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이에대해 교수평의회를 중심으로한 대부분의 교수들은 『대학총장은 경영과 조직관리 이외에 학문적으로도 최적임자여야 하므로 이에 대한 판단은 교수들의 몫』이라고 맞서고 있다.
국민대 직원노조도 26일에 있을 총장선출투표를 앞두고 「총장선출 참여특별위원회」를 구성,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성균관대 경희대 직원노조는 차기총장선출 참여를 단체협약상 안건으로 제기해 놓고 있다.
지난해 2월 교수 직선으로 선출된 성균관대 장을병총장은 『민주주의 원리에 충실한다는 측면에서 직원 및 학생들도 총장 선출에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을 수 있으나 학문·사상의 자유를 바탕으로 영원한 진리탐구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대학의 기본목적상 대학 구성원들간의 획일적 평등주장은 오히려 민주주의에 위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총장은 그러나 개인적 소신임을 전제,『다만 대학구성원들간의 합의를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그들에게도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자 추천만은 보장해 줄 수 있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일부 소장파 교수들은 직원들에게 원칙적으로 총장추천권과 총장선출권 모두를 인정하되 무제한적인 참여는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투표권은 장기근속 직원들에 한해 부여하자는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1대학 2총장」이라는 기형적인 상황으로까지 치달으면서 1년10개월 동안 극심한 학내분규 끝에 재적학생의 63%인 2천9백여명이 무더기 유급당한 세종대사태는 대학자율화 과정에서 빚어진 가장 특징적인 갈등이었다.
학생·직원 대표가 참여하는 「총장선출 여론수렴위원회」가 대학사상 처음으로 직선총장을 선출했으나 교육부가 학생 참여를 이유로 승인을 거부하면서 분규의 회오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조선대의 경우 학생·직원뿐 아니라 학부모 동문 대표들까지 총장선출에 참여하고 있지만 순탄하지만은 않다.
이돈명 초대직선총장의 임기가 만료된 지난해 9월 교수협의회 총학생회 총동창회 학부모협의회 직원노조 등 6개 기구로 구성된 「대학자치운영협의회」가 「민중총장후보 5원칙」을 내놓으면서 갈등이 표출됐다.
학내외 7명의 후보중 3명이 사퇴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총장공석 9개월여만인 지난 18일 정병휴 전 서울대 교수가 선출됐다. 이들 대학에서처럼 총장선출은 「직선」이라는 외형적인 틀을 갖추고 있어도 총장의 자질 및 전력을 문제삼을 경우 언제든지 뜻하지 않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일부선 무용론 주장
각 대학은 총장선출규정을 자체적으로 마련,시행하고 있지만 이 규정이 학내외에서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 받지 못하고 있어 언제든지 원인무효가 가능한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88년이후 거의 모든 대학에 자생적으로 생겨난 교수협의회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총장선출 규정을 마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냈지만 이 단체자체가 사립학교법이나 교육공무원법상 법적기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와관련,경희대 교수협의회 회장 원응순교수(영문학)는 『전체교수회의는 학칙상 심의 또는 심의·의결기구로 인정되고 있지만 총·학장선출에 관한 사항을 심의할 수 있다고 명시한 대학은 거의 없다』면서 『차제에 교수들의 결사체인 교수협의회를 대표성을 가진 단체로 법적기구화함으로써 교수협의회의 의결사항에 구속력을 부여하는 것도 총장선출 관행의 난맥상을 풀어나가는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대학노조연합 오시택 정책국장(33·성균관대 노조교육부장)도 『총장선출에 관한 사항은 그 비중상 학칙이나 법인의 정관에 원칙적인 부분만이라도 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법인의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직선총장과 법인과의 관계에서 총장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어 직선총장이 소신있게 직무수행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식 선출과 입후보후 선출 등의 방식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총장직선제는 일부대학의 선도적 사례가 돋보이고도 있지만 부작용 또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선거과정에서의 과열양상이 인맥·학연에 따른 파벌을 조성하는가 하면 보직약속 등을 포함한 비민주성이 지적되기도 한다. 총장취임후에도 이같은 후유증이 남아 학내 분위기가 침체되고 오히려 직선총장의 행동반경이나 운신의 폭이 좋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총장직선제를 개선·보완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학인간에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아예 과거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총장직선제 무용론」까지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전체교수들의 투표로 김종운 현 총장을 선출한 서울대에서도 개선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당시 총장후보 선정위원회의 회의록을 살펴보면 ▲전체교수 투표가 2인 연기명방식이므로 후보자들간의 견제로 당선가능성이 가장 작은 후보가 1위가 될 가능성 ▲후보추천권을 선정위원회가 독점,일반교수들의 추천권이 배제된 점 ▲후보선정위에 보직교수들을 참여시킨 점 ▲총장후보선출기간이 짧아 정견발표의 기회가 제약된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총장예비후보로 선정됐다 사퇴한 서울대 하두봉교수(분자생물학)는 『국립대의 특성상 대학·정부·국회로 구성되는 「전형위원회의」에서 총장을 추대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면서 직선제 반대의 입장을 명백히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고려대 교수협의회가 전임강사 이상 교수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문 참여도 생각을
교수들의 42.3%는 직선제에 대해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하다」,46.3%는 「보완이 필요하나 찬성한다」고 응답한 반면 「바람직한 제도」라고 한 경우는 11.4%에 불과했다.
성균관대 이영훈교수(경제학)는 『재정난에 시달리는 사립대학은 직선제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교수 또는 동문들로 총장선정위를 구성해 학내외 인물을 막론하고 대학 경영능력이 출중하다고 평가되는 인사를 옹립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만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고려대 교수협의회 초대회장을 지낸 심재우 법대 학장은 그러나 『직선제에 따르는 부분적 문제점은 민주화추진 과정에서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과도적인 현상으로 이해돼야 한다』며 『결국 총장직선제의 성패는 각 대학이 구성원간의 합의를 얼마나 도출해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외국 대학의 경우/선임위서 후보 자질·경력등 심사/미/학교외 인사도 적임 판단땐 선임/일/교수·직원·학생 위원회 구성 선출/독
대학의 학문적 상징이자 권위의 표상인 총장을 선진외국에서는 어떻게 선출하는지를 알아본다.
▷미국◁
이사회,교수 학생 대표가 총·학장 선임위원회를 구성,선거에 참여하는데 선임위원회에 다른 대학구성원 대표가 포함되기도 한다.
선임위는 그들이 찾고자 하는 총장의 자질을 결정하기 위해 대학의 현상황을 평가하고 미래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뒤 총장의 자격명세서를 만든다.
총장을 초빙하기 위해 활발한 홍보활동이 전개되며 대학에 따라서는 홍보업무를 「Talent Pool」이라고 불리는 전문용역회사에 맡기기도 한다.
총장후보가 경합할 경우 이력서와 기타 서류심사는 물론 추천인과의 직접대화,후보자의 현 근무지에서의 근무성과 파악을 통해 사실확인조사를 벌이고 선임위는 이를 토대로 후보자를 1∼3명으로 압축,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총장선출에는 평균 7∼9개월이 걸리지만 2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일본◁
명지대의 경우 총장은 교수 직원 동문 및 학식과 사회경험이 많은 인사가 고루 참여하는 평의원회에서 선임된다.
평의원회가 내부에서 선출한 총장전형위원과 교수회에서 선출한 전임 이상의 교수(5년 이상 재직한 교수) 및 이사장이 추천하는 고문으로 총장전형위원회를 구성,총장후보에 대해 구체적으로 심사한다.
전형위원회에서 최종후보자가 결정되면 평의원회는 선임의결로써 총장을 선임한다.
대표기구의 성격을 갖는 평의원회와 총장전형위원회에서 총장선출의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다는 점에서 직선제와는 명확히 구분되며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학내외에서 찾아 옹립하는 「추대방식」이라 할 수 있다.
▷독일◁
총장을 대학의 교수중에서 선출하거나 교수는 물론 경제·행정·법조계 등 학계 인사가 피선거권을 갖는 두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우선 총장 선출을 위해 교수 학생직원이 참여하는 총장선출준비위원회가 구성돼 1차 선발을 한다.
이때 주정부가 준비위원회와 함께 1차 선발에 관여하는 경우도 있어 대학자치에 대한 침해라는 논쟁이 일기도 한다.
준비위원회에서 1차 선발이 완료되면 교수 학생 연구직 직원 비연구직 직원이 각각 차별적 비율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중앙대의 기구에서 최종 1명을 총장으로 확정한다.
중앙대의 기구에서 선임된 총장은 주정부의 형식적인 인정을 거쳐야 한다.
□특별취재반
설희권차장·유승우·김철훈·고태성·남대희·이성철·이태희기자(사회부 )
손용석기자(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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