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그 시기와 우선순위의 적정성 문제를 놓고 오래전부터 논란이 계속되고 있거니와 요즘들어 업체들의 소모전이 가속화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염려될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고 들린다.외부에 비친 인상만 하더라도 정권교체기를 앞두고 정부가 너무 사업추진을 서두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며 결과적으로 자원배분의 왜곡과 졸속결정에 따른 중복·부실투자의 위험성을 염려하는 의견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5공 말기의 제2민항 허가,골프장의 양산 등 이권사업과 관련해서 재계의 각축이 심했던 것을 우리는 아직도 잊지 않고 있는데 6공 말기에 와서 다시 재계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수 있는 대규모 사업을 이렇게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으니 우리는 정부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항간에는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의혹이 자자하게 퍼져있고 특혜와 연계되는 정치자금수수 운운의 말까지 사실인 것처럼 유포되고 있는 판이다.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경부고속전철이나,제2이동통신,신공항 건설 등 사업은 모두 필요적절한 것들이며 언젠가는 실현되어야 할 국가적 사업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충분한 의견조정과 신중한 타당성 검토를 거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내야 할 중대사안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다. 비단 전기한 3대사업 뿐만 아니라 LNG 3·4호선 수주,상용차 신규참여 허용,지역별 도시가스회사 설립,케이블TV 허가,종합금융회사 신설 등 보기여하에 따라서는 국민의 의혹을 증폭시킬 수 있는 대형 사업들을 왜 정부가 무엇에 쫓기듯,그것도 일시에 추진하려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곤란하고 이같은 정부계획이 정치일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많은 사람들의 지적에 우리로서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또 투자순위와 투자의 효율성을 놓고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비판에도 적지 않은 타당성과 이유가 있는 것으로 우리는 보고싶다. 가령 제2이동통신의 경우 이미 사양길에 들어선 구식 기종을 택해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사업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겠느냐는 비판이나,고속도로냐 고속전철이냐의 의견조정이 되지 않고 있는 고속전철의 사업자 선정을 꼭 대선전에 마쳐야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적 등이 모두 일리를 가진 것들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졸속 결정사례는 케이블TV의 대기업 참여문제,제2이동통신의 은행 참여문제,종금사 신설 허용문제 등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고 하겠는데 이같은 졸속결정은 자칫 사업자체의 비효율적 투자를 빚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권을 노린 업체들의 치열한 각축전 때문에 우리경제마저를 멍들게 할 수 있다고 본다. 많은 관련업체들이 기존의 투자계획을 보류하거나 축소해가면서 대형 프로젝트 참여에 전력을 쏟고 그 결과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 요즘 실정이기 때문이다.
정권 말기라고 해서 필요한 대규모 사업의 추진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나 정부는 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업의 타당성과 시기,투자 우선순위 등을 검토해야 할 것이며,원만한 의견조정위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는 신중한 정책결정자세를 가져야 마땅할 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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