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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와 합병추진이 불씨/몰도바 내전사태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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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와 합병추진이 불씨/몰도바 내전사태 배경

입력
1992.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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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소 붕괴후 독립움직임 본격화/위기느낀 러시아계와 “민족분규”구 소련의 몰도바 지역에서 또 다시 민족분규가 격화돼 주변국의 무력개입이 우려되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루마니아계 몰도바인과 러시아계 민족이 맞붙은 몰도바분쟁은 지난주말 3백여명의 희생자를 내는 무력충돌과 러시아의 무력 개입경고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미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드네스트르강 연안 벤데리시의 통제권을 놓고 일주일째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이번 사태는 현지주둔 구 소련의 제14군이 투입됐다는 보도도 있어 전면적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특히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러시아계 주민보호를 내세워 몰도바 정부에 대한 무력응징을 경고하고 나섬으로써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끼리의 첫 교전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그럴경우 몰도바의 후견인격인 루마니아도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어서 국제전 촉발소지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수많은 사상자를 낸 몰도바 내전은 몰도바의 불행한 역사속에서 그 불씨를 찾아볼 수 있다.

몰도바지역은 당초 로마제국시절 라틴계 민족이 이민해 정착한 곳이다. 이 지역은 로마제국 멸망이후 오스만 터키의 지배를 거쳐 19세기초 러시아제국에 흡수됐고,볼셰비키혁명 직후에는 같은 라틴계 민족이 세운 루마니아에 통합됐다.

그러나 소련은 지난 40년 나치 독일과 비밀협약을 체결,몰도바를 루마니아로부터 탈취하고 현지인 탄압정책과 러시아계 주민이주를 통해 15개 연방공화국의 하나로 지배해왔다.

때문에 몰도바인은 지배계급인 러시아인에 대해 적개감을 품어왔으며 탈소 독립쟁취를 호시탐탐 노려왔다.

몰도바인의 이같은 독립 움직임은 지난해 소 쿠데타 실패로 현실로 나타났다.

전 인구의 64%를 차지하고 있는 몰도바인은 루마니아어를 공용어로 택하고 국호도 러시아식 표기인 몰다비아에서 몰도바로 고치는 등 독립국가의 틀을 다졌다.

몰도바 지도부는 특히 자국의 경제상황과 민족·언어·종교 등 각종 환경을 고려,루마니아와의 합병을 추진해왔다.

몰도바가 CIS 정상회담에서 통합군 창설을 거부하고 독자통화발행을 서두르는 등 「홀로서기」에 매진하고 있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루마니아와의 통합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소수 러시아계 주민(13.8%)들의 자구책 마련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지배계급에서 피지배계급으로 전락한 러시아계 주민들은 지난해 9월 루마니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밀집 거주지역인 드네스트르강 동쪽지역에 드네스트르공화국 수립을 정식 선포한 것이다. 이들은 또 민족주의자 이고르스미르노프를 공화국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독자적인 무장 저항활동에 들어갔다. 몰도바는 루마니아 및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러시아계 주민들이 러시아로 이주하거나 러시아정부로 부터 어떠한 보호를 기대할 수 없는 고립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몰도바내전은 이처럼 양민족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최후의 카드」로 피할 수 없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양측이 격전을 벌이고 있는 벤데리시는 드네스트르강 서쪽 몰도바진영에 속해있다. 그러나 드네스트르공화국은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벤데리시를 사실상의 수도로 간주,드네스트르강 서쪽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자국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이 중화기를 동원,일진일퇴 공방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양측의 전면전 위기는 지난 3월 미르차스네구르 몰도바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와 러시아계 민병대에 대한 무장해제 최후통첩 발발로 촉발됐다. 드네스트르공화국이 즉각 총동원령 발령으로 결사항전 태세를 갖추고 이에 맞섰던 것이다.

몰도바사태는 이후 휴전과 무력충돌을 반복하며 지루한 소모전을 계속해오고 있다.

그러나 옐친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수뇌부가 약속이나 한듯 강경대처방침을 표명함으로써 몰도바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음이 분명하다.

현재로서는 러시아측이 분쟁해결을 위해 군대를 동원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러시아의 현 정치·경제적 여건상 민족분규에 개입할 여력도 없을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CIS 붕괴를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소지가 있기때문이다.

문제는 벤데리시에 주둔하고 있는 제14군에 비록 자위활동의 일환이지만,발포명령이 하달돼 있다는 점이다.

모든 전면전이 사소한 충돌로 야기돼 왔다는 역사적 교훈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가 전면전에 이어 국제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는 것도 그만큼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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