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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슬로바키아 분리합의 배경·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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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슬로바키아 분리합의 배경·전망

입력
1992.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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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벳혁명」 3년만에 「벨벳이혼」/언어·문화 등 뿌리깊은 이질감/민주화이후 경제격차 감정의 골 극심/CIS형태의 「느슨한 연합체」로 갈듯체코슬로바카아연방이 마침내 갈라섰다. 체코의 시민민주당(ODS) 당수 바츨라프 클라우스와 슬로바키아의 민주슬로바키아운동(HZDS) 지도자 블라디미르 메치아르는 20일 74년간의 연방을 종식시키는 협정에 서명함으로써 이를 공식화했다.

이로써 사회주의라는 인위적 이념틀에서 의해 결속해있던 구 공산동구권의 붕괴후 표출된 민족주의적 자각 욕구는 소련과 유고슬라비아연방의 해체에 이은 체코슬로바키아의 분열로 일단 마무리지어지게 됐다.

이날 합의된 협정에 의하면 향후 연방의 형태는 체코와 슬로바키아 두 공화국 의회가 오는 9월말 이전 각각 연방분리 방안을 위한 입법절차를 통해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양측은 『새 연방정부가 권한을 갖는다면 국제적 자격을 갖춘 두개의 주권국가가 원활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하길 바란다』고 밝혀 장래의 연방형태는 「독립된 두 공화국의 연합체」(Confederation)가 될 전망이다.

즉 권한이 대폭 축소된 연방정부가 공동의 국방·재정·외교 및 통화정책을 관할하고 개별적 국제조약체결권 등 나머지 권한들은 모두 각 공화국에 이관된다. 이중에는 개별 공화국의 독자적인 보안군 결성권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로 구성될 연방정부는 「벨벳이혼」,즉 우단결처럼 매끄러운 분리과정을 매듭짓기위한 한시적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는데 양측은 공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분리작업이 시작되면 양측은 구 소의 해체과정에서 보듯 서로의 공유점을 찾기보다는 민족적 이기주의를 앞세워 현재의 독립국가연합(CIS) 형태의 「느슨한 연합체」로 갈 소지가 많다.

체코슬로바키아의 분열은 이미 오래전에 예고돼 있었다. 1차대전의 승전국들은 윌슨 당시 미국 대통령의 민족자결원칙을 들어 패자인 오스트로·헝가리제국내에 슬라브계 민족을 결성,체코슬로바키아를 세웠다.

그 이면에는 거대한 오스트로·헝가리제국을 무력화시켜 향후 지역안정을 깰 소지를 사전제거한다는 전통적인 분할통치적 사고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슬라브라는 한 혈연적 뿌리에서 파생됐을 뿐 언어·문화·종교 등에서의 이질감은 확연했다. 체코계 주민은 독일·오스트리아와 지리·문화·혈연으로 가까운 반면 슬로바키아계는 비잔틴의 동방교회문화에 근원을 두고 우크라이나·헝가리 등과 밀접돼 있다.

또한 근대에 이르러 2차대전중 체코슬로바키아를 점령한 나치독일은 상대적 열등감에 놓였던 슬로바키아를 독립시켜 신나치정권을 수립한 결과 현재까지도 두 민족간에는 쉽게 씻을 수 없는 앙금으로 남아있다.

종전후 48년 공산화된 체코슬로바키아에서의 두 공화국간 불균형은 더욱 심화됐다. 전체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체코가 경제력·정치력 등 모든 면에서 슬로바키아에 대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 열세를 느껴온 슬로바키아인의 불만은 가중돼 왔다.

68년 슬로바키아 출신인 두부체크 서기장 통치 당시 「프라하의 봄」이 발생하고,89년 민주화시위인 「벨벳혁명」이 슬로바키아에서 촉발된 것 등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민주화이후 군수산업이 밀집돼있는 슬로바키아가 입은 경제적 타격은 양측간의 「증오의 골」을 더욱 벌려 놓았다. 공산정권하에서 지역적 불균형으로 인한 반감을 누구러뜨리기 위해 슬로바키아내에 중점 배치했던 대규모 군수업체들이 하벨 대통령의 무기 금수조치와 민영화전환 난항으로 가동률이 20% 정도로 떨어진채 실업률은 체코의 4배가량인 11.3%에 이르고 있다.

한편 유럽공동체(EC) 가입 등 신 유럽성향의 발빠른 행보를 보이려는 체코로서는 낙후된 슬로바키아가 무거운 짐이 된다.

따라서 양측은 「벨벳혁명」 3년만에 「벨벳이혼」에 합의하게 됐다.

대부분의 관측통들은 체코슬로바키아의 분열이 유고식의 내전으로 진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본다.

체코슬로바키아연방의 해체와 함께 민주화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하벨 대통령도 구 소련의 고르바초프와 같은 신세를 면키 어렵게 됐다.<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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