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정책 “차이”… 물가안정 “공통”/경제 민주화 추구… “투기근절” 소신/김영삼/「시장·정의」 조화 중기육성등 역점/김대중/기업 자율우선,통화량 증대 주장/정주영대선에 나선 여야 3당의 후보들은 어떤 경제철학과 비전을 갖고 있는가. 국가적 당면과제가 경제난의 타개로 압축된 현실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는 각 후보가 제시하는 경제현실 진단과 처방이 주요 관심사항으로 대두될 것이 틀림없다. 경제문제가 심각할수록 장미빛 청사진 보다 막힌 곳을 정확히 꿰뚫는 안목과 실천성이 더욱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기에 각 후보 진영의 경제팀들은 요즘 영일이 없다.
○…김영삼 민자당 대표는 대선의 양대 초점이 리더십의 성격과 경제적 비전의 설득력에 맞춰질 것으로 보고 정례적으로 경제 「과외공부」를 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는 2년여전부터 초미의 국가적 현안이 경제난 타개로 압축돼 왔고 상대적으로 경쟁후보들이 경제에 관한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해 좀더 체계적인 경제적 사고틀을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미 지난달 당내 경선과정을 통해 『지난 30여년간 민주화에 바친 열정을 경제 재도약을 위해 남김없이 쏟아 붓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한바 있다.
김 대표측은 『김 대표는 경제를 모른다』는 야당의 주장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공박한다. 국가경제를 운영해야하는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시대에 부응하는 건전한 「경제철학」과 강력한 「추진력」이지 결코 구체적 경제수치는 아니라는 논리이다.
오히려 현재 야당 후보들의 경제론은 지나치게 시류에 영합한 나머지 「나무만 보고 숲을 못보는」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김영삼의 경제정책」에서도 각론적 정책제시 보다는 국내 경제의 민주화 및 회생을 위한 총괄적 방향설정에 역점을 두고 있다.
「3대 기본방향」과 「7대 중점추진시책」으로 이루어진 김 대표의 구상은 한이헌 경제보좌역을 포함,민자당의 이명박의원,한승수 전 의원과 김 대표 경제특보로 기용된 박재윤 서울대 교수 등 20명으로 구성된 경제자문팀과의 한달여에 걸친 토론을 통해 완성한 영작.
김 대표는 우선 우리경제의 당면과제를 ▲경제민주화 ▲물가안정 ▲경제정의 실현 등 3가지로 보고 있다.
요컨대 경제활동에 정부의 규제와 간섭을 대폭 축소,민간경제의 활력을 회복시키고 물가안정을 통해 국제경쟁력 강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한편 불로소득을 원천봉쇄,국민화합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
또 7대 중점 추진시책은 ▲물가인상률을 2년내에 3%선으로 안정시키며 ▲국제수지를 2년내 흑자로 반전시키고 ▲대통령 임기내 1인당 GNP를 1만5천달러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는 청사진.
김 대표는 금융실명제 실시문제와 관련,도입을 추진하되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법과 시기를 선택한다는 구상으로 대통령 취임후 1년내(김대중 민자당 대표) 또는 즉각 실시(정주영 국민당 대표) 주장에 비해서는 「신중한」 입장.
반면 불로소득 봉쇄대책에 대해서는 토지공개념 관련법의 확대도입 추진을 밝히면서 『나의 정치생명을 걸고 부동산투기를 뿌리뽑겠다』고 「확고한」 소신을 피력한다.<유성식기자>유성식기자>
○…김대중 민주당 대표는 최근 어느 자리에서나 『수십년 동안 야당생활을 하면서 늘 여당이 될 경우에 대비해 준비하고 노력해 왔다』고 밝힌다. 또 그 「노력」중의 상당부분이 경제문제 해결을 겨냥한 것이었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이론경제에 관한한 그는 어느 정치인 보다 많은 탐구를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어느때 보다 경제문제가 현안으로 부각된 것이 그가 흔히 밝히는 「대선 자신감」의 한 근거가 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민당 정주영 대표를 의식한 듯 자신의 청년시절 사업성공 경력을 들어 이론경제뿐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밝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 대표의 경제관은 시장경제의 원리와 경제정의의 원칙이 조화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같은 예가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것이 중소기업 육성론과 노사협조론,금융실명제 실시 주장 등이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분담,즉 대기업은 자본·기술집약적인 부분에 주력하고 발빠른 중소기업에 소비재 생산 제조업 전반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품종 대량생산의 시대가 가고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가 온만큼 덩치 큰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이 빠른 적응력으로 세계경제대전을 헤쳐가는 주역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위해 정부차원의 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한 신용담보 대출로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풀어주고 활발한 기술인력의 양성으로 인력난을 해소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생존보장은 이처럼 효율적인 경제력 제고 방안이기도 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경제정의의 실천방안이기도 하다는 논리이다.
또 금융실명제는 막대한 규모의 지하경제가 사치성·소비성 산업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을 막고 고질적인 정경유착을 끊기 위해서도 반드시 집권 1년내에 실현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노사문제와 관련,그는 고임금 고부가가치 체제를 구상한다. 노사 어느 일방도 정당한 몫 이상을 주장해서는 안되며 기업은 시대착오적인 저임금기조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많이 벌어 많이 주려는 노력을 해야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이와함께 김 대표가 최우선 해결과제로 상정하는 것은 물가. 선진국 수준의 연 3% 인상은 중앙은행의 실질적 독립에 의한 통화자율,예산감축과 합리적 이용을 통한 재정지출 감소,활발한 소비자·생산자 연결운동 등으로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편 농업문제와 관련,쌀수입 만큼은 끝까지 저지하고 국가가 재정보조를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농업인구의 자연스런 감소를 수용하면서 농촌 문화시설의 증대로 「농업인구는 줄어도 농촌인구는 늘어나는」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황영식기자>황영식기자>
○…정주영 국민당 대표가 정책수립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부문은 역시 경제분야. 실물경제에 대한 경륜을 최대의 무기로 생각하는 정 대표는 다른 어느 후보보다 경제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 대표 경제관의 근간은 국가경제가 민간주도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정부의 간섭을 가능한 한 줄이고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경제를 운용해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자신 기업경영시 정부와의 갈등을 많이 겪었던 터여서 기업자율에 대한 생각은 확고하다.
정 대표는 총선기간중 유세를 통해 금리 인하와 통화량 증대를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통화를 무조건 억제하기 보다는 생산수치에 맞게 가감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화량을 늘릴 경우 인플레가 온다는 생각은 실물경제를 모르는 교과서적 발상이라는게 정 대표의 논거이다.
정 대표의 금리인하 주장은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수출드라이브」 논리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 인적자원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정 대표는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주는 금융체제를 「전당포식 은행」이라고 비판한다. 담보가 아닌 신용을 근거로 융자를 해줌으로써 은행문턱을 낮추고 중소기업의 활로를 열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정 대표는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뒤 『집권하면 5년후 1인당 국민소득을 2만달러로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다. 총선유세에서 그는 『집권할 경우 1년내 무역흑자 1백억달러를 달성하고 3년째부터는 3백억달러 흑자를 지속시키겠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대만의 경우를 예로 들며 자신의 주장이 터무니 없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기업의 활기회복과 함께 「민부의 시대」를 강하게 주장한다. 물가안정 및 고용기회 확대를 통해 소득분배의 형평을 기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정 대표는 또 금융실명제로 지하경제를 제도권에 흡수하고 조세제도를 개편해 불로·음성소득에 대한 세원을 확보하는 한편 저소득층의 세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밖에 조세행정의 공정성 확립,토지공개념의 합리적 보완 등 다양한 경제정책을 제시해 놓고 있다.
정 대표는 재벌에 대해서는 이미 「해체론」을 밝힌바 있다.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재벌계열 기업간의 상호출자나 지급보증 등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난 심화와 함께 자신의 주가가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정 대표는 멕시코경제를 회복시킨 살리나스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하는 등 「경제통」의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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