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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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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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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문서들을 공개하면 많은 사람들이 결코 알 수 없었던 새 사실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이 막상 그 사실을 알게 됐을 때,그들은 차라리 알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겠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러시아의 공문서 보관책임자 루돌프 피코야가 지난주 그렇게 말했다. ◆러시아 사가이면서 미 의회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제임스 빌링턴은 『스탈린 때부터 구 소련 지도층은 쟁점이 될만한 문제에 관한 문서들을 대부분 파기했으며,때로는 아예 문서에 기록하지 않도록 해왔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러니까 최근 러시아측이 공개하는 KGB 비밀 문건들은 「있었던 사실」의 일부만을 알려줄 뿐이다. ◆미국을 방문한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83년 소련 전투기에 의한 KAL기 격추사건에 대해 당시 소련 공산당 중앙위에 통보된 KGB 메모를 발견했으며 계속 문서를 찾아 사건전모를 밝히겠다고 말했지만,실제로 충분한 자료를 찾아내 속시원히 밝혀 줄 것인지는 당장 믿기 어렵다. 상당부분의 기밀문서가 사라졌을 가능성을 옐친이 시인했기 때문이다. ◆구 소련에 주재하는 외국특파원들의 송신내용을 도청·해독하는 고급장비 구입문제,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무기 지원문제,90년 10월까지 지속된 폴란드 공산당에 대한 자금 지원문제 등에 관한 문서들은 그런대로 발견돼서 전모가 알려진다지만,정작 무게있는 사실에 관한 문서는 좀체 찾아내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렇기는 해도,1922년 7월 어느날 레닌이 스탈린에게 보낸 편지서 모든 비협조적 인사들을 추방하라는 뜻으로 「오래 걸려도 러시아를 숙청합시다」라고 쓴 일이 있다는,노 공산당원의 증언도 이제는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42년전 한국전란에 감춰졌던 이야기,북한 정권 탄생에 관한 뒷이야기,그리고 KAL기 사건의 전모 등도 비록 부족한 사료에서나마 조금씩 진상을 드러내고 있음이 틀림없다. 진실을 밝히겠다고 한 옐친의 공개약속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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