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이익 걸려 비준동의 낙관적” 전망/낙태문제 쟁점부상… 정부선 부결 우려도【런던=원인성특파원】 유럽공동체(EC)의 마스트리히트 조약비준을 위해 덴마크에 이어 두번째로 18일 실시되는 아일랜드의 국민투표는 그 결과가 이 조약의 운명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변국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일 덴마크 국민투표의 부결로 유럽의 긴밀한 경제·정치적 통합을 목표로 한 마스트리히트조약은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이다. 아일랜드가 국민투표에서 비준에 성공한다면 이는 덴마크의 국민투표 결과를 무시하고 조약비준을 강행하려는 유럽 정치지도자들의 부담을 훨씬 덜어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 덴마크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유럽통합 움직임은 또 한 차례 치명타를 맞고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로는 아일랜드 국민들이 이 조약의 비준에 동의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 가장 큰 근거는 아일랜드 국민들이 EC에 가입한뒤 큰 경제적 혜택을 누려왔고 전통적으로 EC 통합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EC 안에서는 빈국에 속하는 아일랜드는 상당한 경제적 지원을 받아왔으며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상 EC의 적극적인 일원으로 남아있는게 국가적으로도 이익이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 때문에 EC 가입과 유럽 단일법안 채택 등 두차례의 국민투표에서 아일랜드 국민들은 83%와 70%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바 있다. 이번의 국민투표를 앞둔 여론조사에서도 세명중 두명꼴로 비준을 지지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또 주요 4대 정당은 물론이고 노조 경영자단체 농민지도자 등 주요단체들은 한결같이 비준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아일랜드 정부는 덴마크와 같은 부결사태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의 국민투표에서 마스트리히트조약 자체보다 낙태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정부를 불안하게 만든 요인이다. 낙태반대론자들은 이 조약이 통과될 경우 아일랜드 여성들이 EC 역내국가들을 자유롭게 오가며 낙태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을 내세워 비준반대를 호소하고 있는데 아일랜드가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여서 보수적인 국민들에게 상당한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 교회가 공식적으로 비준 반대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성직자들이 개인적으로는 신자들에게 반대투표를 권유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 못할 요인이다.
정부가 또 한가지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덴마크의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하는 점이다. 낙태에는 반대하지만 EC 통합은 지지하는 사람들이 덴마크의 국민투표로 마스트리히트조약은 물건너 간 것으로 보고 부담없이 반대표를 던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결과도 썩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난 9일의 여론조사는 한달전에 비해 찬성은 57%에서 47%로 준 반면 반대는 11%에서 23%로 늘어난 추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직까지 입장을 결정하지 않은 사람이 30%에 달해 이들의 향배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알버트 레널즈 총리는 16일 텔레비전과 라디오에 출현해 『마스트리히트조약은 낮은 실업과 낮은 인플레를 약속하는 것이며 부결될 경우 아일랜드는 유럽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며 지지를 호소하는 등 막바지 지지 표다지기에 열을 올렸다.
7월부터 EC 의장국을 맡아 표류상태에 빠진 마스트리히트조약을 구출해야 할 영국으로서는 아일랜드의 투표결과에 특히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은 여러가지 정황상 아일랜드에서는 비준이 가능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곧 이어 실시될 프랑스의 국민투표가 미테랑정권의 인기폭락 때문에 부결되는 사태가 올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으며 이 경우 조약비준을 더 이상 강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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