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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급한 옐친 “예상밖 양보”/미­러 정상회담 「난제속결」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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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급한 옐친 “예상밖 양보”/미­러 정상회담 「난제속결」 안팎

입력
1992.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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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포로 관련 기밀까지 공개/KAL 격추 진상규명에 서광【워싱턴=정일화특파원】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그의 재임중 두 번째로 가진 미·러 정상회담 첫날 회의에서 지금까지 양국이 가장 까다롭게 다뤄왔던 두 가지 문제를 단숨에 매듭지었다.

하나는 핵탄두를 3천∼3천5백개까지 줄이는 대대적인 핵감축안에 합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군포로문제를 다룰 양국 공동위원회의 구성을 수락한 것이다.

옐친이 워싱턴에 도착하기 직전 베이커 국무장관은 이 까다로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퍽 조심스런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핵감축문제는 지상다탄두 미사일의 제거 등 몇가지 문제에 대한 양국의 견해차가 크기 때문에 핵감축안이 쉽게 타결될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했었다.

미군포로문제 역시 부시­옐친 회담의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며 과연 러시아가 어떤 정보와 협조방안을 내놓을 것인지도 전망하기 어렵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옐친은 16일 백악관에서 부시와 만난 자리에서 이 두 가지 이슈를 명쾌히 해결해줬다.

핵무기는 부시­고르바초프가 이미 협의한 바 있는 전략무기제한협정(START) 타결범위를 2배이상 뛰어 감축하기로 했고,미군포로 및 실종자문제에 대해서는 옐친이 기왕에 러시아에 조직해 놓은 미군포로 및 실종자 조사위원회를 미국측에 개방하여 말콤 툰 전 주소 미 대사를 공동의장으로 한후 미국측의 조사단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KGB나 공산당 비밀서류 등 어떤 것도 다뒤져 미군포로 및 실종자를 찾아보는데까지 찾아보도록 했다.

옐친은 이날 백악관과 국무부를 번갈아 왕래하면서 이 문제를 결국 풀어냈다. 그의 모습은 고르바초프의 조심스럽고도 어딘가 모르게 자신을 감추려하는 태도와는 달리 보다 직선적이고 당당해 보이기까지 했다.

옐친은 미국과 러시아는 이제 적이 아니며 친구이기 때문에 모든 문제는 선의의 바탕위에서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핵감축문제의 경우 전략핵무기 감축협상(START)에서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현재의 1만2백37개의 핵탄두를 6천4백49개까지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핵탄두 3천개를 보유한다는 것은 아직도 지구인구를 몇번 파멸시키고도 남을만한 위력의 숫자이다. 그러나 현재 수준인 1만2백37개를 3천개로 줄이겠다는 것은 확실히 획기적인 일이다.

미국과 러시아 양측은 서기 2천년까지 일단 미국이 4천2백50개로,러시아가 3천8백개선으로 감축하고 2천3년에는 미국이 3천5백개,러시아가 3천개의 핵탄두만 갖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논란이 됐던 대륙간 다탄두 핵탄두의 전면 폐기까지 포함돼 있다. CIS가 보유하고 있는 SS18 및 SS24 같은 다탄두 핵무기는 일단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잠수함발사 핵탄두도 1천7백50개로 줄여 총 핵탄두를 3천개 이내로 관리하기로 합의했다.

미군포로 및 실종자문제 역시 러시아 지도자로서는 최선의 제안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말콤 툰 전 미 대사가 공동의장이 되는 미·러 공동위원회는 아마도 지난 40년간 소련이 비밀리에 숨겨왔던 미군포로문제 뿐 아니라 지난 83년 소련 공군기에 의해 격추된 대한항공 007기 사건에 대해서도 소상한 정보를 찾아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옐친이 베이커 미 국무장관의 당초 예상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와 과감한 단계로 핵감축 및 미군포로문제를 풀어간 것은 이번 미·러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가 실질적이고 보다 신속한 미국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당장 달러를 필요로 하고 있다. 미국의 지원을 얻어 현재 국제통화기금(IMF)이 지출을 망설이고 있는 2백40억달러의 차관을 속히 인출해야할 입장이며,현재 미 의회에 계류중인 자유지원법안이 통과돼 미국의 본격적인 경제적 지원도 가능한 속히 받아들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16일 현재 당장 IMF의 정회원국으로 승격해 2백40억달러의 인출이 보다 쉽게 이뤄지게 됐다.

러시아가 이번 방문을 통해 미국의 지원을 얻기 원하는 다른 분야의 하나는 미 국방부가 구상하고 있는 세계방어체제(Global Protection System)에의 참여이다.

미국은 냉전시대를 종결하면서 군사방어 개념을 대소 중심에서 전세계 중심으로 전환했다.

이는 기술적으로는 레이건 행정부가 구상한 전략방어구상(SDI)에 다같이 바탕을 두고 있지만 SPI가 소련 핵무기만을 대상으로 설계되는 것이라면 세계방어체제는 온 지구의 가능한 분쟁지역을 샅샅이 포함하는 거대한 조기경보체제다.

만일 러시아가 이 GPS 체제개발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수가 있다면 군사면에서 적어도 미국의 「동업자적 위치」를 잃지 않게 됨을 의미한다.

옐친은 17일 양원 합동회의에 나가 연설한후 부시 미 대통령과 마지막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북한 핵무기개발의 통제문제도 구체적으로 언급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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