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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저지」 합의 “동반자확인”/미­러시아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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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저지」 합의 “동반자확인”/미­러시아 정상회담

입력
1992.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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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세계질서 가치관 일치 강조/“국내 입지강화” 구체성과 예상【워싱턴=정일화특파원】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첫 국빈예방(State Visit)을 맞는 워싱턴 앤드루스공항. 성조기와 3색기(러시아기)가 나란히 펄럭거리는 가운데 열린 환영식에서는 『우리는 동업자』(Partnership)라는 말이 미·러시아 양측에서 번갈아 나와 양국 관계자가 진실로 새로운 차원에 들어섰음을 증명해 보이는듯 했다.

옐친을 맞은 베이커 국무장관은 환영사에서 미·러시아는 일시적인 정치세력의 상관관계나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강대국끼리의 관계가 아니라 동업자관계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 동업자관계는 양국이 이제 가치관을 같이하기 때문에 영속적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에 대해 옐친은 과거 미·러시아간에 있어온 심리적 간격은 이제 없어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러시아와 미국은 친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옐친은 또한 공항에서 가진 짤막한 기자회견에서 미·러시아관계는 이제 『동업자관계』이며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미·러시아 정상회담은 양국이 동업자로서의 구체적인 결실을 갖기 위한 첫 모임이라고 볼 수 있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옐친이 도착하기 직전인 15일 상오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회담에서 다뤄질 구체적인 의제를 5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러시아의 민주화 진행상황 검토. 옐친이 이끄는 러시아정부의 민주화개혁이 지금 어디쯤에 와 있는가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양국 관심사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국가 기밀사항으로 된채 구 소련이 언급하지 않았던 미군포로 및 실종자문제의 토론도 포함돼 있다.

둘째는 인접국에 대한 러시아의 외교정책에 관한 일. 구 소련내의 각 공화국과의 관계,특히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의 관계진전이 관심있게 토의될 것이고 일본이 반환을 주장하고 있는 북방 4도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도 부시 대통령은 옐친의 확실한 대답을 들을 예정이다.

셋째는 유럽 전반에 걸친 안보문제. 특히 유고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의 내전으로 야기된 인도적 지원문제 등도 옐친·부시 회담에서 거론될 예정이다.

넷째는 양국 군축문제와 북한 핵문제.

다섯째,현재 부시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해 놓고 있는 러시아지원법인 자유지원법(Freedom Support Act)의 통과에 관한 문제와 이에 따른 양국 관심사를 토의한다는 것이다.

냉전 40년을 통해 세계를 나눠 양대 적대세력을 관장해오던 이들 미·러시아가 동업자관계로 돌아선후 당연히 가질만한 굵직한 의제가 이번 부시·옐친 회담에 모두 포함돼 있는 셈이다.

양국은 이 5개 의제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부시나 옐친이 서로의 정치적 승리를 지원해주는 배짱맞는 동업자이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고르바초프의 소련연방공화국이 무너졌을 때 『우리는 공산주의를 이겼다. 냉전시대를 이긴 것이다』고 선언했다. 그가 냉전을 이긴 바로 그 구 적대국 원수와 함께 세계 새질서를 구상한다는 것은 오는 11월의 대통령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는 그로서는 엄청난 외교적 승리로 간주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이 밖에서 공산주의와 싸워 이긴 자라면 옐친은 바로 공산주의의 중심부에서 공산주의와 싸워 이긴 사람이다.

그는 내부로부터 공산주의와 싸워 이긴자로서 부시 대통령을 상대로 냉전후의 새 세계질서를 구상하고 또한 미국의 경제지원으로 그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구체적 경제계획의 진전을 이룩할 수 있다면 그보다 큰 정치적 승리는 없을 것이다.

부시·옐친이 가장 극적으로 합의해 낼 수 있는 새 세계질서 구상의 하나는 북한 핵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인도적 지원문제나 미·러시아 양국간의 핵감축계획은 아직도 상당한 양국간의 견해차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핵무기 감축안의 경우 이미 미국은 핵탄두 8천5백개를 4천7백개로 줄이고 러시아는 현재의 6천5백개를 4천4백개로 줄이는데 이미 합의한바 있다. 그러나 어떤 핵미사일부터 탄두를 감축시킬 것인가에 대해 양측은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보유중인 지상발사 핵미사일에서도 모두 핵탄두를 제거하기를 바라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SS18,SS24 같은 최신 장거리 핵미사일의 경우 25∼30%선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에서는 양국이 이미 견해를 같이하고 있으며 이번 회담중 상당한 강도로 그 입장이 표명될 것으로 보인다.

리처드 솔로몬 미 국무차관보가 지난 8일 기자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분명히 밝혔듯이 러시아는 북한 핵문제에 대해 미국과 견해를 같이해 오고 있는데 이번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계기로 북한이 당초의 부인과는 달리 플루토늄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 밝혀진 이상 이를 반드시 저지하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의 핵무기개발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해왔다. 북한이 만일 핵무기를 개발하면 한국과 일본이 반드시 핵무기 경쟁에 뛰어들려 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었다. 북한이 만일 핵무기를 개발하면 지금까지 고성능 미사일을 판매해오던 그 경로를 통해 중동 분쟁지역에 핵무기를 판매하려 할 것이라는게 또다른 이유다.

옐친은 허물어진 공산체제를 딛고 『자유와 번영을 위한』 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미국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부시 미 대통령 역시 옐친과의 동업자관계를 구체적으로 정립해 나가는 것은 그의 「냉전승리」를 확인해주는 결과인 동시에 새 세계질서 구상을 구체화시키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만큼 이번 정상회담의 성공적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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