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등 6대 도시에 늦어도 10월까지 「모범택시」라 불릴 새로운 유형의 고급택시가 등장하게 된다고 한다. 교통부는 언제나 타고싶은 사람이 탈 수 있는 택시다운 택시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고급 승차수단 구실을 할 「모범택시」제를 도입키로 했다는 것이다. 교통부의 이같은 정책결정은 대중교통수단으로 전락한 택시를 제한적이기는 하지만,선택적 교통수단으로 일대 전환시켜야 겠다는 시도이다.적지 않은 관심이 간다. 부장용 없이 정착되어 거리의 무법자처럼 돼버린 우리의 택시교통 문화를 한단계 높이게 될는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우리 사회에 택시가 등장한 이래,택시가 그 이름에 걸맞게 선택적이고 고급화된 교통수단 역할을 해오지 못한 것은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이 미비했기 때문이었다. 그로인해 택시들이 자행하는 불법·탈법운행과 합승·바가지요금 등 온갖 부정과 비리가 알게 모르게 묵인됐던 것도 거기서 비롯됐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6대 도시의 대중교단수단이 택시를 고급·선택적 교통수단으로 전환해도 큰 지장을 받지 않을 수준으로 갖춰졌느냐는 것이 택시정책 전환을 위한 첫번째 전제라 해야할 것이다.
서울은 택시의 승객수송 분담률이 12.4%로 버스(42%) 지하철(22%) 자가승용차(15%)에 이어 4위다.
수송분담 측면에서 멀지않아 대중교통수단 차원에서 제외돼도 될 추세에 있다. 그러나 부산의 택시는 22.3%의 수송분담률로 아직도 대중교통수단 단계고 대구(16.5%) 인천·광주·대전도 대중교통수단적 역할이 여전히 강하다. 도시에 따라서는 시기상조라는 감도 적지 않다.
이러한 현실속에서 비록 기존 택시의 20% 범위내에서 요금을 2.2∼3배나 더 받게되는 「모범택시」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라고 볼 수 있겠다. 사정이 다른 6대 도시에 일률적으로 새로운 택시제도를 강행하려는 행정의 획일주의가 무모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잘못하면 그런대로 정착된 택시업계를 일대 혼란속에 몰아 넣는 역기능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고,만에 하나 이 새로운 「모범택시」제가 정착에 실패한다면 택시요금만을 편법으로 2∼3배 올려주고,대중교통수단으로 여전히 존재하면서 횡포와 탈법운행,불량한 서비스는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이 아닐는지 염려하게 되는 것이다.
교통부가 택시 고급화를 추진하면서 차종을 대형이 아닌 배기량 1천9백㏄의 중형으로 택했다는 것은 유류절약 차원이나 세계적인 소형차 추세를 잊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 하겠다.
따라서 우리는 택시정책의 일대혁신의 출발점이 될 새로운 「모범택시」제는 꼭 6대 도시를 동시에 실시하는 획일주의를 가급적이면 피했으면 한다. 우선 그것이 시급한 서울 등 대도시에서 우선적으로 하되,필요로 하는 공항과 고속버스 및 철도역 터미널 중심으로 실험운행을 해보는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 확대하는 점진적인 방안을 권고하고 싶다. 특히 정권말기에 새로운 정책결정이나 새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그것이 실패할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 때문에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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