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와 언어 연구하는 65세 가야노씨/사회당 비례대표로/정당추천 첫 케이스【동경=이상호특파원】 내달 실시되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 홋카이도(북해도) 원주민인 아이누족 대표가 처음으로 사회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제의 인물은 홋카이도에 거주하는 가야노씨(선야무·65). 아직 비례대표 순위가 결정되지 않아 당선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당선되면 아이누족으로서는 최초로 국회에 진출하게 된다.
내년이 유엔이 정한 국제원주민의 해인데다가 아이누족은 현재 민족의 권리회복과 자립을 보장하는 법률인 「아이누 신법」 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홋카이도 아이누족촌에서 태어난 그는 아이누족 민화와 언어 등을 연구하는 민족문화연구가로,그가 심혈을 기울인 아이누어 사전이 곧 발간될 예정이다.
처음 출마이야기가 나왔을 때 부인인 레이코씨(60)는 『왜 지금와서 고생을 사서하려느냐』며 반대했다.
그래도 그가 출마결심을 굳힌 이유는 그의 머리에 깊이 박혀있는 「경찰에 끌려가던 아버지의 모습」 때문이다. 그가 6세되던 해 가을,아버지는 연어를 몰래 잡았다는 혐의로 집에서 경찰에 연행됐었다.
「아버지는 선조들이 했던 것처럼 연어를 잡아 가족들을 먹여살렸을 뿐이었다. 그런데 왜 나중에 이주해온 일본인들이 제멋대로 연어잡이를 금지했는가하는 것이 어린 나의 마음에도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며 『일본은 동화정책이란 미명으로 아이누족의 문화와 토지를 모두 빼앗았다』고 비난했다.
종전후 4명의 아이누족이 민족복권을 내세우며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지만 「조직과 돈」의 벽에 막혀 실패했는데 기존 정당의 후원으로 출마하기는 가야노씨가 처음이다.
출마의 발단은 약 1년전 홋카이도의 사회당 유력 지지조직인 「전도상협센터」가 제안한 『참의원 선거에 아이누민족 후보 옹립을』이란 캠페인이었고 이것을 사회당이 받아들였다.
아이누족을 대표한 여러단체는 『가야노씨가 만일 당선 불가능한 순위에 배정되면 입후보를 철회하겠다』며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출마에 대해 내부에서도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아이누족 스스로의 운동에 의한 독자옹립이 아니라 「지배민족」인 일본인의 정당에 업힌 입후보라는 점을 못마땅히 여기고 있다. 이러한 불만에 대해 그는 『우리 아이누족은 그동안 민족복권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어 왔고 또 많은 생각을 해 왔는가.
그러한 것들을 국회에 전달할 수 있다면 수단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아이누족은 홋카이도에 약 2만4천여명(86년 조사)과 홋카이도 밖에 수천명이 있으나 정확한 숫자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1899년에 제정된 현행 「홋카이도 구토인보호법」은 아이누족에 토지를 빌려주는 대신 거주지 및 직업을 제한하고 있기때문에 아이누족은 이 법의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구토인」이란 표현을 없앤 「아이누 신법」의 제정을 통해 차별철폐와 민족의 교육·문화진흥,경제자립의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대국」을 노리는 일본이 기본적인 내부문제인 아이누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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