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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기 「국가장래」 지도력이 좌우(민주화 시대의 리더십: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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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기 「국가장래」 지도력이 좌우(민주화 시대의 리더십:1)

입력
1992.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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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지도자 통치 스타일/국민들 과거 권력행태에 부정적/인간적인 면·국가 관리 역량 갈망해방이후 우리나라는 여러 스타일의 리더십을 경험했지만 지금과 같이 리더십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때도 없을 것 같다. 이에 한국일보는 지난 9일자 창간 기획으로 「민주화 사대의 리더십」에 관해 대토론회를 가진데 이어 전문가들의 기고를 통해 리더십 문제를 시리즈로 엮는다.<편집자주>

금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대통령 후보에 대한 윤곽이 어느정도 나타난 현 시점에서 과연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가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3월 이 방면의 전문가인 정치·행정학자 2백31명을 대상으로 역대 통치자들이 어떠한 지도자적 자질을 갖춘 사람들 이었으며,어떤 스타일로 정책을 운영했었나를 설문조사의 형식으로 문의한 바 있다. 이 조사를 통해서 나타난 결과는 차기 지도자가 어떠한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어야 하는가의 문제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통치자들의 자질을 인간적인 면과 통치적인 면에서 평가하는 질문을 던져본 결과 양면에서 모두 부정적인 시각이 뚜렷하게 드러남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역대 통치자들의 개인적인 인상을 알아보는 질문에 대하여 응답자들은 그들이 지나치게 강경하다(박정희·전두환),우유부단하다(장면·노태우),부정부패하다(이승만) 등으로 대답했다. 물론 긍정적인 면에서 패기가 있다(박정희·전두환),세련되었다(이승만·노태우),순수하다(장면) 등의 면도 지적되었다. 그러나 총체적으로 이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전체의 75.0%)이 긍정적 시각(전체의 25.0%)보다 월등하게 두드러진 것은 우리의 정치사가 일반적으로 부정적 평가를 받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역대 지도자들이 통치자로서의 자질을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갖추었나와 관련하여 역사관,전문적 식견,반대의견의 수용,국민과의 일체감 등등 여러가지 항목을 놓고 평가해 보았다. 이에 대하여도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많이 부각되고 있음을 발갼할 수 있었다.

이승만·박정희대통령이 통치자로서의 역사의식 그리고 전문적 식견을 어느정도 갖춘 경우도 지적되었고 그외의 경우는 모두 그 수준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장면 국무총리와 노태우대통령의 경우에만 반대자들에 대하여 타협과 회유의 방법을 잘 구사했던 것으로 평가되었고,그외의 지도자는 모두 반대자를 억합했다는 차원에서 평가되었다. 한편 통치자 가운데 국민과의 일체감을 만족할만하게 이루어 놓은 통치자는 한사람도 없었던 것으로 평가되었다.

통치자들의 리더십을 평가함에 있어 지도자의 자질 이외에도 실제 국정운영의 면에서 나타나는 통치자의 운영 스타일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이를 국가정책과 관련시켜 정책입안,결정,집행,후속조치 과정 등에서 역대 통치자들이 보여준 운영 스타일을 평가해 보았다.

그 결과 이승만·박정희·전두환대통령 등은 정책결정 및 집행부문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반면 정책입안 및 후속조치 부문에서는 취약성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되었다. 다시 말해서 이들은 국가정책을 결정할때 자신의 책임하에 직접 결정에 임하였고 결정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한 반면 정책입안시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잘못된 정책도 제대로 시정하지 못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장면 국무총리 노태우대통령의 경우엔 정책입안 과정에 있어서 여론수렴을 잘했던 것으로,그리고 정책집행상의 문제가 있을때 비교적 시정조치를 잘했던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정책에 대한 책임있는 결정,일사불란한 집행 등은 제대로 해내지 못했던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상에서 보면 역대 통치자들의 경우 자질이나 정책운영면에서 한쪽이 강하면 다른 한쪽이 약한 면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종합평가할 수 있다. 이에 비추어 필자는 다음의 몇가지를 차후 통치자의 리더십 요건으로서 지적해 두고싶다.

우선 차기 통치자는 인간적인 면과 통치역량의 면에서 골고루 능력을 갖춘 지도자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인간적인 신뢰,성실성 그리고 덕망 등은 통치자의 기본자질이 되어야할 것이다. 이에 더하여 통치자는 기본적인 통치역량을 지녀야 한다. 즉 역사관,전문지식 반대의견 수용 등은 대통령이 된 후에 배워서 갖출 수 있는 항목이 아니고 대통령이 되기 이전에 이미 갖추어 놓아야할 통치역량이다.

대통령직은 가장 바쁜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으로서의 품위유지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 시간마저도 충분히 내기 어려운 자리이다. 결국 대통령의 준비없이 대통령이 된자는 무엇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채 물러날 수 밖에 없다.

다음 어떻게 통치하느냐와 관련하여 대통령은 우선 여론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집과 독단을 면할 길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대통령은 통치자로서 자기만의 최종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민들을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지 못하고 오히려 세론에 끌려갈 뿐이다.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양면이 화학적인 결합을 이룰때 위대한 통치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곧 통치자로서 민주주의와 책임을 동시에 실천하는 길이고 통치자와 국민과의 일체감을 유도하는 길이다.<안병만 한국외대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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