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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무기 개발” 곳곳 의혹/IAEA사찰로 밝혀진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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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무기 개발” 곳곳 의혹/IAEA사찰로 밝혀진 실태

입력
1992.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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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 없는 고속증식로 건설/플루토늄 상당량 은폐 가능성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0일 북한 영변에 건설중인 방사능화학실험실이 사실상 대형 핵재처리시설이라는 점을 재확인함으로써 이 시설의 처리방향에 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한스 블릭스 IAEA 사무총장의 방북시찰 및 최근 실시된 IAEA의 임시사찰 결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 혐의가 명확히 드러난 것은 아니다. IAEA측은 북한이 핵관련 시설을 과감히 개방하고 사찰에 협조하고 있는 것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로 건설중인 방사능화학실험실에 대한 서방세계의 의혹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이 시설의 폐기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될 전망이다.

이 시설은 길이 1백80m에 수개층 높이로 외부건물 80%,내부시설 40%의 공정에서 공사가 중단되고 있으며 내부시설중에는 핵심 설비가 설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IAEA측은 또 북한이 이 시설을 이용,지난 90년 3월 풀루토늄을 추출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그 양이 극히 미량이어서 핵무기 제조에 이용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북한은 앞으로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혼합연료를 사용하는 고속증식로를 개발,여기에 사용할 플루토늄을 확보하기 위해 플루토늄 추출 실험을 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현재 IAEA규정엔 북한측에 핵재처리 시설을 폐기하라고 요구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또 IAEA 차원에서 재처리시설 폐기를 강제할 수단도 없다.

다만 IAEA는 철저한 사찰을 통해서 핵물질이 무기로 전용되는 것을 감시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사찰결과 핵무기 개발의혹이 제기될 때는 특별사찰을 요구할 수 있고 이에 불응할 때는 유엔안보리에 회부,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은 핵관련 시설을 모두 공개하고 있으며 IAEA 사찰단이 원한다면 신고하지 않은 시설까지도 보여주겠다는 입장이어서 방사능화학실험시설의 폐기를 강요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리가 쉽지않은 상태다.

북한은 실제로 이번 IAEA 임시 사찰과정에서 사찰단이 최초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은 동위원소 실험실의 공개를 요구했을때 흔쾌히 응했으며 앞으로 이 시설에 대한 설계정보를 IAEA에 제출할 것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또 이번에 사찰단이 중요 핵시설에 감시장비를 설치하고 핵물질에 대한 봉인을 허용했는데 이는 임시사찰 단계에서는 의무적으로 허용해야할 사항은 아니다. IAEA측은 이같은 사례를 들어 북한이 성실하게 사찰에 임하고 있다고 보고있다.

북한은 오는 7월중에 IAEA측과 정식 사찰 방법을 상세히 규정하는 보조약정서를 체결한뒤 본격적인 사찰을 받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IAEA측은 북한이 건설을 중단한 방사능화학실험실의 건설성공사 재개 여부와 지난 90년 추출했다고 보고한 플루토늄양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IAEA가 북한이 비교적 성실하게 사찰에 임하고 있으며 진전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음에도 북한이 대규모 재처리시설 건설을 추진해온 목적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북한이 플루토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고속증식로를 개발중에 있다고 하나 현재 북한의 원자력 기술상 고속증식로는 전혀 경제성을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고속증식로는 원자력 선진국에서도 아직 사용화 되어있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북한이 자진해서 이 시설을 폐기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북한의 핵무기 해결의혹에 중대한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한스 블릭스 사무총장은 지난달 중순 북한을 방문했을때 북한이 현단계에서 비경제적이고 안전도에 문제가 많은 핵재처리 시설을 포기하고 IAEA나 서방 세계들로부터 경제적 효율성이 높은 경수로 기술을 지원받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재처리 시설에 대해 정부는 이 시설이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명백히 위배된다는 점을 들어 북한에 이의 폐기를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다.

북한의 핵재처리 시설 건설과정에서 제기되는 또 하나의 의혹은 대규모 재처리 시설을 건설하면서도 시혐용 공장(Pilot Plant)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규모 공사에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원자력 분야의 일반적인 상식이나 경험상 대규모 핵시설 건설에 앞서 시험공장 자동은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 단계를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은 의혹을 증폭시킨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이같은 의혹은 IAEA측에서도 제기하고 있다. 국내 일부 핵전문가들은 북한이 시험공장 단계에서 추출한 상당량의 플루토늄을 은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관계자들은 북한의 이같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IAEA 사찰만으로는 부족하고 남북상호 사찰이 반드시 실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또 북한이 현재 채택하고 있는 흑연 감속 가스냉각방식의 원자로는 40여년전의 낙후한 원자력 기술이라는 점을 지적,안전성에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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