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골수 긴축 고집땐 파탄”/재계/실물경제와 지표 사이엔 엄청난 격차/안정화 취지엔 공감… 탄력적용 바람직/“기업도산 과도기적 진통”/정부/긴축 포기하면 지금까지 헛수고 한셈/국제수지 개선 등 효과… 고삐 더 죄어야최각규부총리는 11일 『금융긴축을 축으로 한 현행 안정화시책을 적어도 내년말까지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올들어 성장이 둔화되면서 기업도산과 재고증가 등 다소의 부작용이 따르고 있으나 이는 과열경기 진정과정에서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밝혀 최근 재계에서 제기중인 경기논쟁을 일축했다.
그렇지만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현재 우리 경제는 경기진정 차원을 넘어 명백한 침체기에 들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당국의 상황진단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 경제의 거품이 덜 빠졌으므로 긴축을 더 지속해야 한다는 정부의 시각과,경기를 과잉 위축시키고 있다는 재계의 주장 사이에는 현실 인식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전경련·대한상의 등 재계는 최근 우리 경제에 나타나고 있는 갖가지 현상들이 정부가 주장하는 「안정국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침체기」에 나타나는 증후들이라고 보고 있다.
재계는 정부가 현행 기조를 고집하는 경우 조만간 걷잡을 수 없는 불황터널에 들게 될 것으로 우려한다.
재고증가 도산업체 급증,부도율 증가 증시 침체 등 최근 우리 경제를 휩싸고 있는 난기류가 과열경기 냉각과정에서 연유하는 측면도 없지 않으나 그 강도가 너무 지나쳐 이제는 본격적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이다.
또 이같은 경기침체는 정부의 안정화시책이 앞뒤 좌우 안보고 외곬수로 무리하게 강행된 까닭이라는게 재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재계도 물론 안정화시책의 취지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또 안정화시책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냈다는 점에 대해서도 수긍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정부시책이 이제는 좀더 유연하고 탄력있게 조정돼야할 시점이라는 의견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전대주 전경련 상무는 『물가 국제수지 등 거시경제지표상 개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은 사실』이라고 전제,『그렇지만 예상을 웃도는 재고 및 기업부도 증가사태를 보면 실물경제와 지표 사이에 엄청난 괴리현상이 있음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1일 「하반기 경기전망」을 발표,올 하반기에도 내수침체를 중심으로 한 경기 하강세가 더욱 짙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대한 상의는 최근 경기 전망보고에서 『올해 경기회복은 도저히 기대할 수 없다』고 단정했다.
재계는 정부 정책이 경기리듬을 타야한다고 주장한다. 안정화를 하더라도 그 내용에 있어서 옥석을 가리는 유연성과 선별을 가미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실을 반영하는 재계의 건의를 한사코 묵살하는 당국 자세가 기업마인드를 위축시키고 있다며,재계·업계를 보는 기본 시각부터 교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송태권기자>송태권기자>
○…경제기획원과 한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우리 경제가 긴축 추진에 따른 과도기 진통을 겪고 있을뿐 결코 우려스러운 침체 국면에 진입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들의 지적은 지난 86∼88년 흑자시대 이후 가계나 기업 등이 분에 넘치는 과소비·과잉투자를 되풀이한 결과 지난해와 같은 고물가와 국제수지 악화를 불렀다는 시각으로 요약된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최근 몇년간의 과열 경기에 따른 「거품」과 군살을 빼기 위해 성장률을 다소 낮추더라도 긴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안정기조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것.
이런 관점으로 보면 기업의 재고증가와 자금난,도산사태는 경제전체의 체질개선을 위한 구조조정과정에서 당연히 수반되는 진통이므로 홍역을 치르는듯 견뎌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은이나 KDI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현재 당국이 7%대의 성장감속을 시도한다면서 총통화증가율을 18.5%로 유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면서 현재보다 통화긴축의 고삐를 더 강력히 죄야한다고 열을 올리는 실정이다.
올들어 물가 오름세가 다소 꺾이고 수출이 견고한 회복기미를 보이면서 국제수지도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는 배경도 모두 긴축시책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기획원 관계자들은 지난 89년말과 90년초 재계의 아우성에 못이겨 시행한 경기부양책이 과연 우리 경제체질 회복에 도움이 됐었느냐고 반문한다.
호황과 불황이 교차하는 경기순환 흐름에서 당시 부양책은 불황을 더욱 장기화하는 결과를 빚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경기논쟁이란 선거철을 앞두고 재계가 정책당국에 부양책을 강요하는 상투적 수법으로 만약 이에 굴복할 경우 기업부도·내수위축 등 이미 상당히 겪어낸 과도기 고통을 얼마 못가 또다시 치러내야할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경고하고 있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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