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통합」 되레 가속화 될듯/독·불등 주도국 일정고수 재확인/유보태도 보이던 영도 적극 가담/타국비준 촉진2차 투표·조약수용 강요 양면공세【베를린=강병태특파원】 EC 12개국의 야심적인 정치경제 통합작업은 덴마크 국민들의 「유럽연합」 조약거부를 계기로 당초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가속화될 전망이다.
독일 언론에 의하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통합 주도국들과 EC위원회는 덴마크에 2차 국민투표와 조약수용을 강요하는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모든 타협적 대안을 배제한 채 다른 회원국들의 조약비준을 앞당기고 스웨덴 등과의 EC 가입협상을 촉진,덴마크 국민들에게 고립위기를 인식케 하는 강공책을 택하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EC전체의 합동공세 앞에 덴마크의 통합반대여론은 약화될 수 밖에 없고,결과적으로 통합진척과 참여국 확대는 오히려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마스트리히트 「유럽연합」 조약에 대한 비준을 거부한 지난 2일 덴마크의 국민투표 결과는 EC국가들에 엄청난 충격과 파문을 몰고 왔었다. 부결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주목되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유럽의 장래가 걸린 역사적인 정치경제 통합작업이 출발선에서 장애물에 걸린 때문이었다. 독일의 권위지들은 연일 3∼4개 면에 「코펜하겐의 충격」을 다뤄 리우세계환경회의는 구석으로 밀렸다. 이 와중에 대처 전 영국 총리 등 유럽통합 반대론자들과 일부 언론들은 「유럽통합구상의 맹점」과 「통합일정의 와해」를 외쳤다.
그러나 EC회원국 모두가 그 어느때에도 보기 힘든 신속한 공동대응자세를 취하면서 처음 분위기와는 달리 「코펜하겐의 충격」은 일과성으로 끝날 조짐이 짙어졌다.
EC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EC 회원국들은 지난 4일 오슬로 나토 외무장관 회담에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덴마크의 결정과 관계없이 통합일정을 고수한다』고 선언했다. 여기에는 유럽통합에 가장 유보적인 영국 정부도 적극 가담했다.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도 조약비준 여부를 국민투표에 회부하겠다』고 선언,지지로 통합의지를 내외에 재확인 시키겠다는 단호한 자세를 보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덴마크의 장애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대체로 4가지의 가능성이 거론됐다.
첫째는 재협상을 통해 덴마크의 반대여론을 설득할 수 있는 새로운 조약안을 마련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는 덴마크의 반대여론이 특정사항이 아닌 일반적인 주권의 양보에 반대하고 있어 무의미한 것이다. 또 험난한 협상 끝에 가까스로 타결된 조약을 재협상할 경우 각국이 상충된 이해를 다시 제기,무한정 실랑이가 계속될 우려때문에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으로 간주됐다. 특히 영국은 유럽대륙 국가들이 양보했던 노동사회정책분야에서 대륙식으로의 사회보장강화 주장이 제기될 것 등을 우려,기존 조약안 관철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둘째는 덴마크는 제외한 채 11개국만으로 통합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이는 일견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지만 EC의 존립근거인 로마조약이나 이의 수정조약형식인 마스트리히트조약 자체가 12개 회원국간에 체결된 것이어서 EC기존 조직의 존립근거에 복잡한 법률적 문제를 야기한다. 설령 법률적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유럽통합의 이상을 손상시켜 각국의 여론에 심리적 손상이 클 것이 우려된다.
셋째는 영국의 경우와 같이 최종통합단계에서 참여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특별지위를 덴마크에도 인정하는 방안. 그러나 이 방안도 아일랜드와 장차 오스트리아 스웨덴 핀란드 등이 종교나 중립주의 등 때문에 잇달아 개별조항을 일품요리식으로 선택,특별지위를 요구할 것이 우려되는 것이다.
마지막 방안은 덴마크가 아예 EC에서 자진 탈퇴하는 것이지만 이는 EC시장의존도가 높은 덴마크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통합주도국들과 EC위원회로서는 우회방법이 없는 셈이어서 정면돌파에 쏟는 노력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덴마크 국민들도 종국적으로 유럽연합조약수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지배적 분석이다. 다른 11개 회원국이 모두 통합조약을 조기비준,자신들의 반대가 유럽통합 저지효과가 없음이 드러나고 스웨덴 노르웨이 등 인접 북유럽국들의 EC 신규가입 협상이 급진전되는 상황에서 다시 국민투표가 실시되면 통합대세를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같은 낙관론은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국들이 「EC 가입계획고수」 선언으로 통합주도국들을 지원하고 덴마크정부가 재국민투표를 시사함으로써 한층 굳어지고 있다. 독일 언론들은 덴마크뿐 아니라 독일내에도 많은 통합우려론에 확고한 유럽통합의 비전을 제시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코펜하겐의 충격은 극복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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