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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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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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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특히 텔레비전 문화의 첨단인 미국에서 그렇다.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텔레비전 정치다. ◆정치에 대한 텔레비전의 잠재적 위력을 처음으로 전세계에 인식시켜준 것은 60년 미 대통령선거에서의 닉슨(공화당)과 케네디(민주당)의 텔레비전 토론. 리처드 닉슨은 대중의 인기가 높았던 아이젠하워 대통령밑에서 8년동안 정치,외교를 수련한 부통령. 밝지않은 정치스타일 때문에 이때부터 『교활한 닉슨』이라는 별명이 붙어 다녔으나 우세유지. 이에 비하면 초선 상원의원인 케네디는 미국의 동부기층세력을 대표하는 하버드출신의 떠오르는 별이지만 열세. ◆그런데 3회에 걸친 텔레비전 토론의 첫회에 닉슨은 이미 역전 KO패를 당했다. 전국 5천2백여만 가구가 지켜보는 이 토론을 통한 이미지 형성에서 닉슨은 완전히 실패했다. 멋모르고 분장하지 않고 나온 닉슨은 화면에 비친 얼굴이 어두웠다. 특히 낮동안에 자란 턱수염이 어두운 인상을 더욱 짙게 했다. 『음흉하다』는 그의 또다른 별명과 안성맞춤이었다. ◆텔레비전이 뭔지 알았던 케네디는 햇볕에 얼굴을 알맞게 태운데다가 분장까지 했다. 그의 얼굴은 밝고 환했다. 40대 초반,권력의 정상에 도전하는 그는 지성·젊음·힘의 화신이었다. 그의 비전·이상·이념 이전에 그의 이미지가 선풍을 몰아왔다. 케네디의 신화는 텔레비전이 만들어 냈다. ◆닉슨­케네디의 대결이후 텔레비전 토론이 미 대통령 정치의 필요조건이 됐다. 이 토론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는가. 선거참모 가운데서 텔리비전 토론 고문의 비중은 어느 후보이건 극히 높다. 해를 거듭함에 따라 이미지 형성에는 모두들 전문가로 우열을 가리기 어렵게 됐다. 이제는 용모가 아니라 메시지와 그 전달방식이 이미지 형성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오는 12월로 예정된 우리의 대통령선거에서는 텔레비전 토론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관심을 끄는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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