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편법 가격인상의 성행(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편법 가격인상의 성행(사설)

입력
1992.06.08 00:00
0 0

정부의 강력한 물가억제 대책에 따라 제품가격의 편법인상이 성행하고 있다. 변칙인상은 어제나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인플레를 잡기 위해 물가행정을 강화,사실상 가격인상을 불허할 때마다 제조업체들은 질의 저하,함량감축,신제품 개발 등의 편법으로 가격을 인상해왔다. 특히 식품·과자류·라면류·드링크류·치약·세제 등 생필품이 즐겨 이러한 편법에 곧 잘 편승해왔다.그뿐 아니라 승용차·가전제품·냉장고 등과 같은 공산품들도 「신형모델」이라는 이름아래 가격이 인상돼왔다. 그런가하면 호황을 만나 품귀를 만나면 정부의 공시가격에 공공연히 웃돈이 붙어 거래돼왔다.

시멘트 등 건자재는 건축붐 때마다 그런 식으로 편법이 습관화돼왔다. 정부는 업체들의 이러한 편법인상과 이중거래에 대해 전통적으로 관대했다. 제한된 행정력으로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신제품」들을 일일이 뒤쫓을수도 없는 것이다. 물가조사대상 품목의 가격이 인상되지 않으면 그 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조사대상 품목이라도 규격,함량,디자인,포장 등을 다소 바꿔 「신제품」이라고 내놓으면서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에는 제재수단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편법인상 가운데는 법의 제재를 받는 품질저하,함량감축보다는 「신제품」개발이 기업들 사이에서 애용되고 있다.

이제 성수기를 맞는 빙과류를 보자. 롯데제과는 87년에 생산이 중단됐던 1백원짜리 「두리스바」에 바나나젤리맛을 입혀 「두리스바」란 이름으로 새제품을 내놓았는데 가격은 2백원.

뒤어어 「만리장성바」 「차밍바」 「팥따봉바」 등 2백원대의 「바」제품을 내놓았다. 해태제과도 콜라맛과 크림 소다맛을 혼합한 「코카차차바」(2백운),파인애플즙을 혼합한 「선키스트컵」(3백원)을 내놓았고 빙그레도 유지방함량 6%인 「메로나바」 「후레키바」(3백원) 등 2백∼3백원대의 신종 「바」제품을 선보였다. 결국 수요가 많은 「바」류의 빙과류는 1백원대에서 2백∼3백원대로 값이 크게 뛴 것이다. 아이스크림도 가격이 3백원대에서 5백원대로 인상됐고 라면 등 스낵식품류도 주종이 1백∼2백원대에서 3백∼5백원대로 옮겨가 실질적으로 가격이 인상됐다.

치약도 럭키의 「후라민트」,애경산업의 「그린티」가 나오면서 가격이 올랐다. 가전 3사들이 팔리지 않는다고 우려하고 있는 냉장고들도 신제품이라는 선전아래 지난해보다는 가격이 상승됐다. 물론 제조회사마다 임금,금리,원·부자재 가격,임대료,물류비용 등 원가상승으로 제품가격 인상요인이 있다. 그렇다고 현재 자행되고 있는 대폭적인 편법인상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들어 소비자 물가상승은 4월말 현재 3%,지난해 동기의 5.3%보다 크게 안정된 것이다. 정부의 금년 안정목표는 7∼8%다. 물가지수에 잡히지 않는 편법인상이 자행된다면 지수만의 안정이 될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