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민주당대표가 5일 저녁 부산의 가야클럽이라는 언론인 모임에서 『대통령 선거운동중 호남지역에서 대규모 옥외유세는 하지않겠다』고한 다짐은 조용한 파장을 일으킬것 같다. 김 대표는 『대통령이 못되는 한이 있어도 지역감정에 의한 투표는 절대로 원치않는다』고 지역감정 타파를 강조하면서 이같이 언급했는데 그 언급은 지역감정차원뿐 아니라 대통령선거 운동방법의 재검토라는 차원에서도 우리의 관심을 끈다.김 대표는 지난 3월 14대 국회의원 총선때에도 이미 예정된 광주 연설회를 취소하여 파문을 던진바 있는데 이번 부산발언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것 같다. 호남이라는 지역성을 희석시키면서 비호남지역에서 더 많은 지지표를 얻으려는 고도의 선거전략임에는 틀림없으나 호남에서나마 야당이 대규모 옥외집회를 갖지 않겠다는 것은 확실히 새로운 진전이다.
김 대표 자신의 말대로 지역감정을 덜 건드리는 효과도 있고 또 선거과열을 예방한다는 측면에서도 환영할 만한것이다.
민자당의 김영삼대표가 영남에서 옥외 유세를 안하겠다고 맞장구를 칠지는 알 수 없지만 차제에 호남뿐 아니라 전국 어디서도 대규모 군중집회를 여는것을 재고하는 계기로 삼을수 있을 것 같다.
기성 정치인들은 백만명씩이나 참가하는 군중집회가 아니면 대통령선거하는 맛을 느끼지 못할정도로 옥외유세의 타성에 젖어 있지만 따지고보면 부정적인 요소가 훨씬 많다.
얼마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대통령선거법 개정 토론회나 선관위 자문회의에서도 옥외유세를 폐지할때가 왔다는 의견이 의외로 많았던 것만 보아도 그걸 알 수가 있다.
사실 지금처럼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잡지 등 대중매체가 집집마다 개인마다 골고루 보급된 상황에서 굳이 대규모 대중 연설회를 열어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처럼 많은 사람을 동원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돈과 많은 노력을 생각하면 이만 저만한 낭비가 아니다. 또 뜻하지 않은 대형사고가 날 위험성을 언제나 안고 있다.
그리고 대규모 집회가 유발하게 마련인 교통혼잡은 수많은 시민에게 짜증과 불편을 준다. 군중집회의 열기는 감정을 격화시키기 쉽고 그에따라 상대당 상대후보를 더욱 자극시켜 선거분위기를 이성상실의 단계까지 과열시키게 마련이다. 유권자들이 차분하게 안방에 앉아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통해 후보의 개별연설을 듣거나 후보끼리의 토론을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한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는 대규모 옥외유세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 전면폐지가 안된다면 최소한으로 횟수를 줄이거나 소규모 집회로 대신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