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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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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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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들이 공석에서 하는말과 사석에서 하는 말이 다를 경우가 많다. 공석에서는 명분에 합당한 말을 주로 하곤 한다. 자리의 성격과 분위기에 걸맞도록 적당히 각색된 말을 가려 써야만 양식인 대접을 받게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사사로운 자리가 돼야만 「그실은…」하면서 속에 묻어 둔 진심을 말할때가 많다. ◆지식인의 이같은 두 얼굴은 TV토론이나 공청회 같은데서 잘 나타 난다. 사내 회의에서도 참된 주장이나 견해를 말하지 않는다. 돌아가는 분위기에 맞춰 적당히 넘어가는게 세태다. 여론조사도 마찬가지. 설문 조사자를 직접 대하는 여론조사 결과는 우편 여론조사보다 신빙도가 낮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공석에서 어떻게 속을 내보이는 진심을 말하느냐. 내가 진실을 주장한다 해서 세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다. 괜히 옳은 소리나 하다가 모난 돌이 돼서 정을 맞으면 나만 손해지,누가 알아주기나 할것 같으냐는 피해망상까지 팽배하다. ◆배운이들의 교활함이라고나 할까. 2중 논리로 보호망을 쳐야만 무사하다는 자기 보호본능이라고나 할까. 이러한 두 얼굴 논리는 첨예한 문제에 부딪칠수록 양시양비론이나 펴는 논객,학문적 견해를 도도히 논해야 하는 대학교수와 해당분야의 전문가 모두가 비슷하다. ◆식자의 두 얼굴 논리를 새삼 생각하는 것은 서울대 교수들의 「대학운영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학국일보 1일자 석간보도)를 보고 느낀바가 있기 때문이다. 조사에 응한 전임강사 이상 교수들의 77%가 연구업적을 평가해 승진과 재임용에 반영해야하고 57%가 학생들에 의한 「강의평가제」 도입을 찬성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정정당당한 자세인가. 신선한 충격마저 준다. 그런데 왜 최근에 제정한 서울대의 교수임용 규정에는 부교수 이상 90%에게 「65세 정년」을 무조건 보장하는 제도를 채택했을까. 앞뒤가 맞지않는다. 지식인들의 두 얼굴 탓이라고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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