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의 경제지원 절실… 직접표명 자제/미국/무핵 전제,군사적 역할분담 환영/영국/동아시아에 군사강대국 등장 경고자위대 해외파병을 가능케한 PKO 법안의 참의원 통과는 전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태평양 전쟁기간중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당한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시아 미국 유럽 등 세계의 시각을 정리했다.<편집자주>편집자주>
▷아시아◁
【홍콩=유동희특파원】 태평양전쟁중 엄청난 침탈을 당했던 중국은 외면상으로 「의도적 외면」 방침을 취하고 있다.
강택민 총서기가 『PKO 법안은 민감한 문제로서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는 우려를 표명했지만 그 이상의 관심을 표명하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 지난 5월25일부터 6월1일까지 일본을 방문한 만리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도 PKO 법안에 대한 우려보다는 중일간 경제협력 강화에 더욱 비중을 두었다.
따라서 외형상 중국은 이를 양해하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경제발전을 위해 일본의 경제지원이 절실한 입장이기 때문에 다만 우려표명을 자제하고 있을 뿐이다.
그 대신 ▲지난 5월28일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것의 70배 위력을 가진 핵폭탄의 지하 핵실험 ▲러시아의 최신예 전투기 대량구입 등은 중국의 일본 군사대국화에 대비하는 장기대응 전략으로 평가되고 있다.
【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일본의 유엔평화유지활동을 내건 자위대의 해외파병 가능성은 아시아 국민들에게도 큰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경제대국에서 이제 군사대국으로 발전하는 제1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휩싸이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은 이러한 아시아인들의 우려를 불식할 명확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태국 타마사트대의 동아연구소장을 역임한 출라치프 틴완노 교수는 장래 유엔군에 일본군이 참가해도 공격행동에 가담해선 안되며 후방지원에 국한,통신 의료 등 무기를 휴대하지 않는 분야를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더욱 중요한 점은 파견의 결정에 앞서 관계제국이나 지역기구와 협의하여 양해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일본은 국내에서 야당의 의견까지 무시한채 참의원에서 표결을 강행했으므로 해외의 소리야 더욱 무시할 가능성이 높다.
동남아에는 제2차 세계대전에 의한 점령의 기억이 남아있다. 특히 많은 민중이 희생된 싱가포르나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앞으로 자위대의 평화유지활동에 강한 반발이 대두될 것이다.
▷미국◁
【워싱턴=정일화특파원】 미일 무역관계가 거론될 때마다 미국인들이 내뱉는 불평은 『미국이 일본 방위를 책임져주는 동안 일본은 미국 경제를 전복하려 든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지난해 3백90억달러에 달했다. 미국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자존심까지 상하게 하는 무역적자다.
일본경제가 성장한 만큼 아태지역서 미국이 책임져온 군사적 책임의 상당부분을 일본이 떠맡아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이같은 일본의 방위부담 증가 요구는 걸프전 이후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인원부담까지 져야 한다』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PKO 법안의 통과는 미국이 환영할만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PKO법안 통과에 대해 입장표명을 삼가왔다. 국무부 브리핑에서 이 질문이 나오면 터트와일러 대변인은 『일본 국내문제를 논평할 필요는 없다』고 밝혀왔다. 다분히 한국,중국 등 아시아 우방의 반발을 사지 않으려는 조심스런 태도였다.
▷유럽◁
【런던=원인성특파원】 일본과는 전통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적지 않은 혜택을 보고 있는 영국은 일본의 PKO 협력법안 처리에 대해 독자적인 입장표명은 자제하고 있다.
5일자 파이낸셜 타임스와 데일리 텔레그라프지 등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은 이 법안이 통과됨으로써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이 증대되고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강국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를린=강병태특파원】 일본과 마찬가지로 해외 파병을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독일도 통일후 국제적 위상변화에 따라 집권 기민당을 중심으로 헌법개정을 추진,논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논쟁속에서도 유엔평화유지활동 참여는 헌법상의 「해외파병」과는 다른 성격으로 규정,지난달 최초로 캄보디아의 유엔평화유지군에 1백50명의 독일연방군 의료진을 파견했다. 이와함께 캄보디아 유엔 임시정부의 경찰활동에도 75명의 연방 국경수비대 경찰병력을 참여시키고 있다.
독일의 주변국들은 걸프전 와중에 독일의 소극자세를 비난했으면서도 정작 독일의 적극적 해외개입에는 강한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독일은 이같은 복잡미묘한 상황속에서 조심스런 행보를 취하고 있다. 캄보디아 유엔평화유지군에 의료진을 파견하는데 군용기가 아닌 민간여객기를 이용하고,평화유지군 병력도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군복에 국기표지만을 단 채 국명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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