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지옥으로 비유되는 치열하고 비정한 대학입학 경쟁속에서 대학입시제도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그 어떤 제도의 변화보다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좋든 싫든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고교 내신성적·대학수학능력시험·대학별고사 등 3대 선별자료를 골격으로 하는 새대학입시제도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 및 고교교사들의 불안은 그래서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에 대한 불안이 일시적이고 일반적인 차원을 넘어 공포증후군으로까지 자리잡는 것 같기도 하다. 변화에 대한 적응노력보다는 부정적인 반응과 거부심리마저 짙어지는 것 같아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한 불안과 부정적 반응이 심한 것 같다. 한국 교총 최태직 연구위원의 조사결과(한국일보 5월31일자 11면 보도)가 그것을 말해준다. 고교생·교사·학부모 1천6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것을 보면,고교생의 39.5%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며 19.6%는 전혀 모른다는 등 59.1%가 「모른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고교 학부모들은 58.7%가,고교 교사들마저도 20.5%가 잘 모른다고 했다. 또 고교생들의 58.4%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험준비의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답했고 고교 교사들도 69.9%가 「부담가중」이라고 답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으며 학부모들도 56.4%가 역시 같은 거부반응이었다는 것이다.
새입시제도가 확정발표된 것은 지난해 4월2일이다. 1년이 넘었다. 새대학입시제도가 도입한 수학능력시험은 개선안서는 「적성시험」으로 명칭이 붙어있던 것이었고 입시사상 처음 시도하는 제도여서 누구에게나 낯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립교육평가원에서는 수학능력시험제를 도입키로 하면서 새제도 확정전인 90년 12월 모형문제를 개발,고교 2년생들에게 1차 실험평가를 실시한 이래,제도확정후인 91년 5월·7월·11월 그리고 지난 5월27일 등 무려 5차에 걸친 실험평가를 해 그 제도를 주지시켰다고 자부한다.
그말대로라면 첫 대상자인 고교 2년생들과 일선 고교 교사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개념·성격·출제방향과 평가영역,그리고 현행 학력고사문제와 어떻게 다른 것인가 하는 정도는 이미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고교생과 교사가 아직도 수학능력시험 자체를 잘 알지 못한다는 숫자가 그렇게 많고,시험준비를 「별도로 할 필요가 없다」는 교육부의 설명과는 딴판으로 시험준비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부정적 반응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교육평가원의 실험평가의 방식과 표집대상범위 선정 등에 잘못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8월과 11월에 실시할 실험평가부터는 표집대상을 한정하지 말고 현재의 고2 재학생 45만6천여명과 재수생들에게도 원하면 실험평가를 경험할 수 있게 하고,기왕의 실험평가문제들을 일선고교와 학생들에게 공개해 수학능력시험에 대한 불안과 거부반응을 씻어주는데 교육부와 평가원이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고교생과 교사,그리고 학부모들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94학년도 대학입시때부터는 틀림없이 시행되는 요지부동의 입시제도라는 것을 명심하고 그에 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새 제도에 따른 모험이나 불안은 모든 수험생들에게 공통된 것이다. 거부반응을 보이며 불안해하면 그만큼 손해가 가중될 뿐이다. 극복하는 노력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새 제도속에서 승리하는 길임을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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