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선생의 「목민심서」는 한국판 민약론이라고도 불리나 부패에 대한 탄핵문이라 해서 무방할 것이다. 또다른 저서 경세유표가 제도의 개혁론이라면 이 책은 지방관리의 윤리적 각성을 다루고 있다. 조선조 후기 사회의 부정과 모순을 척결하고 지방행정을 민을 중심으로 쇄신하려는 고심이 역력하다. ◆다산은 청렴을 공직의 기본으로 꼽았다. 청렴을 기준으로 이도를 3등급으로 나눈다. 최상급은 나라에서 주는 봉급만으로 살아가는 것. 다음으로 봉급이외로 명분이 바르다면 받되 부당한 것을 거절하는 것. 그 다음이 새로운 전례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부정 부패로 말하면 가장 고약하게 국민을 닦달해 피곤하게 만들어 뇌물을 챙기는 행위다. 다산의 비판이 결코 옛날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런 불행한 시절이 있었다는 회상이나 한가롭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목민심서」가 소설로 나왔다고 한다. 한 주부작가의 집념이 다산의 생애와 사상을 추적하여 생각하며 행동하는 인물로 부각했다는 것이다(한국일보 4일자 15면 보도). 우리를 알고 개발하자는 역사의 자의식이 문학을 통한 접근으로 시도되는 경향은 주목거리다. 「동의보감」의 소설화가 한동안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역사소설의 접근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다산의 인생과 사상에 관한 관심의 고조는 오늘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관직의 기강은 물러빠졌다. 기둥과 들보가 썩었고 창문엔 바람구멍이 뻥하니 뚫렸다. 아침 저녁으로 신문을 펼치면 기운이 쑥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아무리 정권말기 교체기니 해도 이건 너무하다. 그나마 이것이 흔히 하는 말로 빙산의 일각이라 한다면 소름이 확 끼친다. ◆부패는 관에만 국한한다고 볼 수 없다. 사회 전반에 걸쳐 병폐는 퍼질대로 퍼졌다. 겉으로 함께 걱정하면서 속으론 딴전이다. 정작 이런 상황이 심각한 것임을 알고 모른체하는게 큰 탈이다. 이래서는 안된다는 자각이 앞서야 하건마는 그럴 징조는 보이지 않는다. 정말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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