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안필준 보사부장관으로부터 의약품 메틸알코올 검사의혹사건의 수사의뢰를 받은 검찰 관계자들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갖가지 의혹과 함께 사회적 물의를 빚은 사건의 숨겨진 비리를 파헤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안 장관의 갑작스런 수사의뢰가 쉽게 납득되지 않는 것 같았다.
보사부측은 특별자체감사에 착수한데 이어 국립보건원장과 보사부약정국장을 직위해제하는 한편 『일부 보사부·국립보건원 직원들의 관련업체와의 유착관계 및 검사결과의 사전유출 경위 등을 밝혀내는 것이 자체감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검찰이 수사해 의혹을 해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관계자들은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일고 있어 언제 수사지시가 있을지 몰라 사태를 예의 주시하며 법률 검토작업을 계속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까지만 해도 검찰의 작업은 어디까지나 본격 수사착수를 위한 사전준비의 일환이었고 수사에는 일정한 수순이 있게 마련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안 장관의 수사의뢰는 다분히 수순을 뛰어넘는 의외의 사태일 수 밖에 없었으며 별다른 자료나 단서도 없이 의혹 규명 책임을 떠맡은 검찰로서는 당연히 큰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마땅한 자료도 없고 수사의 초점 역시 공무원과 업자들의 뇌물결탁여부에 맞춰질 것 같지만 현금이나 가명계좌를 썼을 경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자칫 해명성 수사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걱정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가장이 「우리 집안 사람들 좀 수사해주쇼」하는 식의 책임 전가』라며 보사부의 성급한 수사의뢰를 못마땅해 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웅진여성」지의 20대 여성 에이즈 복수극 기사파문때도 재빠르게 검찰에 수사를 의뢰,「개가」를 오렸던 안 장관이 다시 한번 발빠른 행동을 보여준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들의 의혹을 풀어주기 위해 검찰은 물론 보사부도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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