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진 저 늙은이 짐벗어 나를 주오/나는 젊었거니 돌이라 무거울까/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조선중기의 문호 송강 철철이 남긴 유명한 시구이다.
이 시조를 통해 그는 당시 노인들이 굽은 허리에 잔뜩 짐을 짊어져가며 일을 하는 모습을 안쓰러워 했다. 그만큼 나이먹은 사람들이 일하는 경우가 드물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통계청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요즘 세상사는 송강의 그같은 마음과는 정반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
한마디로 말해 나이먹은 사람들은 전보다 더 일하고 젊은이는 갈수록 더 놀고 있다.
50세 이상 중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0.1%로 지난해에 비해 2.1% 포인트가 높아졌다. 그러나 15∼24세의 실업자는 24만9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만명이 늘어났고 이에따라 실업률도 평균 실업률의 세배가 넘는 9.2%에 달했다. 한창 일할 나이의 젊은이 1백명 가운데 9명 가량이 먹고 논다는 계산이다.
통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노년층이 경제현장을 지키고 있는데 반해 아들이나 손자뻘 되는 「애」들이 빈둥대고 있는 모습은 이제 더이상 낯선 광경이 아니다.
젊은층의 고실업률에 대해 해석과 대책이 분분하지만 그냥 보고 넘기기에는 내용이 너무 심각하다는 데는 너나 할 것 없이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특히 실업의 원인이 대부분 자발적인 것인 만큼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쉽사리 증가세가 수그러들 것 같지도 않다.
통계청은 학교를 졸업한뒤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신규 실업자가 많고 학력간 인력수급의 불균형 및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기피하는 3D 현상으로 이같은 현상이 초래됐다며 쉽고 편한 것만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의식구조와 가치관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이같은 현상은 쉽사리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가 지난 수년간 급팽창하는 사이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던 선배들의 충고를 너무 쉽게 잊어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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