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 일본과도 못바꾼다”/이름도 못밝혀 가명 출정/군속 출신·유족과 함께 보상소송【동경=이상호특파원】 태평양전쟁 피해자 보상청구소송 제1차 공판이 1일 상오 10시 동경지방법원 7백13호 법정에서 열려 일제의 만행에 대한 증언이 해방후 최초로 일본법정에서 이루어 졌다.
이날 법정에서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2천만엔의 보상소송을 제기한 군인·군속 출신 16명,유자녀 및 미망인 16명,여자정신대(종군위안부) 출신 9명등 41명의 원고단을 대표해 정신대 출신의 「가네다 기미코」씨(72),군인·군속 출신의 박칠봉씨(68),유가족 미망인을 대표한 김종대 태평양전쟁 희생자 유족회 회장(56)이 증언했다.
보도진과 방청인들로 메워진 60여석의 법정은 증언이 계속되는 동안 「침통함」과 「울분」으로 가득찼다.
이날 재판에 나온 정신대 출신 5명과 군인·군속 출신 20명 등 35명의 원고들은 모두 흰색 한복차림으로 「고혼을 달래기 위해」 입정하기 전 법원 앞에서 잠시 묵념을 했다.
첫 증언에 나선 가네다 기미코씨는 『이 이름이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갈때 붙여진 것』이라며 『실상을 있는 그대로 알리지 위해,또 본명이 밝혀질때 친지들이 당한 충격과 피해를 막기 위해 가명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약 25분간 계속된 그녀의 증언은 북받치는 감정으로 거의 알아듣기 힘들었다.
『17세때 공장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2명의 한국인 소녀와 함께 서울에 왔다. 일본인의 안내로 서울역에서 다른 한국인 여성 15명과 중국 천진으로 갔고 다시 기차로 3시간정도 걸린 곳에 끌려갔다.
큰 창고를 텐트로 칸막이한 방앞에는 20∼30명의 군인들이 줄지어 있었다. 하루는 거부하다가 일본군의 칼로 가슴을 찔러 20일간 치료를 받기도 했다.
해방 8개월전에 부산으로 돌아왔으나 자궁 제거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기미코씨는 증언마지막에 『일본 땅을 준다해도 내청춘은 못돌려 받는다』고 절규했다.
2번째 증언을 한 박칠봉씨는 군속·군인으로 끌려갔다가 병을 얻었으며 이 때문에 가족이 파산했지만 일본 정부로부터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는 비극적인 삶을 토로했다.
그는 45년 3월 부대가 남방으로 이동할때 배에서 착용했던 구명용 죽통을 그대로 만들어가지고 나와 입어보였다.
마지막으로 증언한 태평양 전쟁희생자유족회 김종대회장은 『당시 강제로 끌려갔던 많은 사람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으나 일본으로부터 사망통지도 없어 호적정리도 못하고 있는 사실을 일본은 아니냐』고 추궁하고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살인행위」라고 규탄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을 9월14일로 결정하고 2시간여만에 첫 공판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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