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학생들의 의식은 여전히 경직되어 있다. 철저하게 변화를 외면하는 사고와 행동이 그러하다. 그들은 마치 학생운동이 치외법권 지대에 있으며 어떤 무도한 행동도 정당하다는 착각에 깊이 젖어 들었다. 전대협 6기 출범식을 전후한 운동권의 결의나 주장과 과격한 투쟁방식이 이 사실을 그대로 입증한다.캠퍼스에 난데없이 인공기가 등장하고 철로를 점거,달리는 기차를 세우더니,엊그제 휴일의 서울 도심에서 격렬한 가두시위를 벌였다. 한동안 사라진 최루탄의 고통이 다시 시민들을 괴롭혔고 학생들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시가전같은 공포를 연출하였다. 도대체 왜들 이러는가,많은 시민들은 의아심과 함께 가투의 구태의연에 진저리를 치고 있음은 운동권은 깨달아야 한다.
전대협은 이번 대규모 집회에서 민주정부수립 통일운동 전개 전총학련 구성을 결의했다고 한다. 그리고 베를린에 있는 북한학생과의 통화로 미군철수와 한반도 비핵지대 등을 합의했음을 주장하고 있다. 주사파의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전대협은 세 가지 과오를 범하고 있다.
첫째 민주정부수립이라는 목표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또 어떤 형태인지가 도무지 확연하지가 않다. 체제전복을 기도하는 이른바 인민민주주의를 밑바닥에 깔고 있다면 그것은 결코 용인될 수 없는 유치하고 위험한 주장이다. 또한 민주정부수립을 가두투쟁으로 달성하려는 것부터가 반민주적인 행동임을 우리는 엄숙하게 경고해 두는 바다.
둘째 통일운동의 구상이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다. 운동권의 통일운동은 반미·반정부를 고집하면서 기묘하게도 북한의 대남전략과 맞장구를 치는 형상이다. 이것이 과연 통일환경을 조성하려는 자세인가 반문하기를 바란다. 현재 통일논의는 여러 갈래로 분분하다. 흡수통일 방식은 남북이 서로 배제하고 있으며 내용과 비용부담 등의 산적한 문제가 가로놓여 있음이 계속 밝혀지는 과정이다. 이러한 난제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것이 선결과제이며 학생다운 입장일 것이다.
셋째 투쟁의 방법이 종래의 모방을 탈피하지 못하고 오히려 거칠어져만 간다는 것은 간단히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불법이 학생들의 권리일 수는 없다. 과격성이 학생들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도 아니다. 인공기를 게양하거나 열차를 가로막는 것이 어찌 투쟁의 명목과 수단으로 합리화될 수 있는가.
이번과 같은 운동권의 고루한 대결의식은 결국 고사의 운명에 빠져들 것은 뻔한 이치다. 지금은 학생운동의 궤도를 급변시켜야 할 시기이다. 몰지각한 군중집단이 아닌 지각있는 학생으로 돌아가야 한다. 총체적인 자기 반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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