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독 대도시 무차별 폭격 주도한 영 해리스/독 언론들 “고통스런 기억… 양국 유대 손상우려”【베를린=강병태특파원】 독일 언론들은 지난 31일 2차대전중 독일도시 폭격을 총지휘한 인물의 동상이 영국 런던에 세워진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31일 1942년 당시 영국 공군 폭격사령관이었던 아서 해리스원수의 구상에 따라 독일 대도시들에 대한 무차별 융단폭격이 시작된 기념일이었다. 이날 런던 트라팔가광장 부근의 공군교회앞에서는 공군 퇴역군인회 주도로 건립된 해리스 원수의 동상이 엘리자베스 여왕의 모후에 의해 제막됐다.
한편 동상제막식과 비슷한 시간 독일 쾰른시에서는 42년 5월31일 새벽 대폭격의 악몽을 회상하는 기념식이 열렸다. 쾰른시는 당시 1천대에 이르는 영국 공군 폭격기들의 2시간에 걸친 융단폭격으로 전 도시가 초토화되고 5천여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기억을 되새기는 행사를 매년 갖고 있다.
독일 언론들은 「폭격기 해리스」란 별명으로 독일인들에게 악명이 높았고 영국내에서도 비판이 적지 않았던 인물의 동상을 뒤늦게 건립한 것을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당시 해리스 원수는 『전쟁고통을 독일인들에게 일깨워 전쟁종식을 앞당긴다』는 명분으로 대도시 민간목표들에 대한 무차별폭격 작전을 시작했다. 이에따라 쾰른시를 시발로 해 독일 전역도시들이 하나씩 초토화돼 전쟁말기까지 50만명의 민간인이 희생됐다. 특히 가장 참혹한 피해를 입은 것은 「동쪽의 파리」로 불렸던 전통의 도시 드레스덴시로 45년 2월 하루밤 사이에 3만명이상의 민간인이 희생되고 도시 전체가 사라지다시피 했다. 이 드레스덴 대폭격은 일본에 대한 원폭투하 이전 사상 최대규모의 민간인 상대 전쟁행위로 기록됐다.
전후 이 무차별 폭격작전은 영국 전사가들에 의해서도 비판적으로 평가됐다. 전쟁 조기종식이란 군사적 효과는 거두지 못한채 민간인 피해만 높였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영군 공군 폭격사령부와 해리스 원수는 승전 포상에서도 제외됐었다.
그동안 동상건립과 관련,드레스덴시 등 독일 주요도시의 시장들과 지식인들은 영국 정부에 동상건립 취소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잇달아 보냈었다. 전쟁의 교훈을 되살리기는 커녕 고통스런 기억을 자극하고 양국민간의 화해와 유대를 해칠 것이란 우려를 담은 것이었다. 아무리 나치 독일을 상대로 한 전쟁이지만 민간인 살상을 주도한 인물의 동상을 세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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