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팬 「민족감정」… 평화해결 멀어/경제난 가중·여론악화 “내우외환”유엔안보리의 대세르비아 제재결정에 이어 내전 당사자들은 유엔의 중재로 1일 하오6시(한국시간 2일 새벽1시)부터 휴전하기로 합의,2개월을 끌어온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유혈내전의 종식여부가 관심이 되고있다.
그러나 휴전안 발효를 불과 수시간 앞두고 세르비아군이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에 포격을 재개함으로써 이같은 낙관적 전망에 암운을 던졌다.
또한 세르비아를 주축으로한 신유고연방은 이날 석유제품의 소비를 절감하기 위한 특별조치를 발표,안보리의 제재결정에 정면으로 맞설 뜻임을 분명히 해 휴전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따라서 「2차대전후 유럽 최악의 재앙」으로 불려온 유고사태가 이번 휴전을 계기로 평화적 해결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속단하기는 아직 이른 실정이다.
그동안 10여차례의 휴전합의에도 불구하고 유혈내전은 거듭돼왔으며 이 와중에 발생한 사상자도 13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비공식집계되고 있다.
그만큼 교전 당사자간의 「감정의 골」도 깊어져 쉽사리 치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휴전에 슬로보단 밀로세비치가 이끄는 세르비아정권이 순순히 합의한데는 항구적인 내전종식보다는 일단 국제사회의 압력을 회피해보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있다.
유엔안보리가 지난 30일 유고 유혈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압력수단으로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주도의 유고연방에 대해 포괄적인 제재결의를 통과시킨지 하루만에 휴전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그런 의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유엔의 경제제재는 이보다 앞서 발표된 EC의 대세르비아 경제규제책보다 훨씬 강경하다. EC는 석유공급의 차단 합의에 실패했지만 유엔의 제재조치에는 석유금수까지 포함돼있다. 석유 저장시설이 미비한 세르비아 등에서 석유공급을 중단하는 조치는 경제에 대한 사형선고로까지 비유되고 있다.
경제봉쇄와 함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의 무력제재 움직임도 밀로세비치정권을 움츠리게 만들고있다.
그동안 유고사태에 소극적 입장을 취해온 미국이 52개국 유럽안보협력회의를 움직이고 나토군을 동원,세르비아에 대한 「숨통죄기」에 나섰다.
미국은 최근 독불연합군 결성 등을 중심으로한 EC의 탈나토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국제사회의 압력과 함께 세르비아정부는 내부적으로도 곤경에 처해있다.
부크 드라스코비치를 중심으로한 세르비아 야당세력은 현 밀로세비치 정권이 『세르비아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있다』고 비난하며 지난 27일 실시된 국회의원 및 지방선거에 불참했다. 이와함께 지난 31일에는 5만명 규모의 반정부 시위대가 대통령궁을 향해 가두행진을 벌이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했다.
세르비아 및 몬테네그로의 일반 여론도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내전의 와중에서 최고 월 1백%가 넘는 극심한 인플레와 만성적 생필품 부족은 정권에 대한 격렬한 반감으로 표출되고 있다.
베오그라드의 유고경제연구소 토마 포포비치 소장은 『세르비아의 경제파탄은 시간문제이다. 서방측이 경제봉쇄를 단행하면 단지 그 시간이 앞당겨질 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밀로세비치 대통령은 『서방측이 유엔의 가면아래 약소국의 국내 문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면서 『세르비아 및 몬테네그로는 계속 보스니아내 세르비아민족의 독립의지를 북돋울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물론 세르비아로서는 이번 휴전을 계기로 보스니아의 개입을 자제하는 모양새를 갖춰 국제사회의 압력완화를 시도하겠지만 세르비아 민병대에 대한 배후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는게 현지 외교분석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유고사태는 밀로세비치정권의 완고한 민족주의노선이 계속 견지되는 한 완전한 평화적 해결은 어려울 전망이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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