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장 배정·지자제등 “뜨거운 감자”/초반부터 힘겨루기 격돌 개원 지연/대권도전 세 대표 「국회 거듭나기」 정치력발휘 주목14대 국회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겨울 정기국회가 끝난이래 5개월이상 낮잠을 자고 있던 국회가 모처럼만에 국정의 본산이라는 제기능을 하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국이 또다시 재현된 여소야대의 격동기를 거친데다 개원에 임하는 여야의 입장이 현격하게 달라 굳게닫힌 국회의 문이 그리 쉽게 열릴지는 의문이다.
여기에다가 후보를 확정해 대선체제에 들어간 각 당이 초반부터 정국주도권을 장악하려들 것이고 이 와중에서 3당 체제의 정착여부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개원 국회를 둘러싼 파고가 간단치 않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점쳐볼 수 있다.
약여강야로 볼 수 있는 14대 국회가 역대 어느 국회보다 힘이 센 국회가 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예상이고 보면 국회의 문이 열리는데 다소의 진통이 따르는 것은 불가피한 것일지도 모른다.
14대 국회는 임기 초반에 새 정권의 출범을 맞는다는 드문 경험까지 할 것이기 때문에 쏠리는 관심이 더욱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민자당의 전략
민자당은 개원 국회가 「대선가도」를 달리는 김영삼대통령 후보의 첫 시험관문이 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민자당 지도부는 9선 경력의 의회주의자인 김 후보의 정치적 이미지를 생산적으로 제고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면서 개원국회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즉 이번 국회를 「평상정치」의 장으로 국민속에 투영시키면서 과거의 소모적 정쟁을 지양하고 대화와 타협하는 변모한 국회상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김영삼·김대중 양김씨도 협력만 잘하면 정치안정을 위해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투영시켜 정치권에 쏠리는 불신의 눈초리도 함께 개선해보겠다는 것이다.
민자당 지도부는 특히 이같은 점에 대해 두 김씨 사이에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개원협상과 맥을 같이하는 「양김대좌」도 멀지않은 장래에 실현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국회가 당 지도부의 희망대로 순탄하게 굴러갈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여야 모두 12월 대선을 겨냥한 샅바잡기를 이번 국회서 노릴 것인 만큼 효과적인 방어전략이 필요하다는 견해이다.
이와관련해 민자당은 김 후보로 하여금 국회 운영에도 적극 개입토록해 정책의 안정적 수행을 뒷받침하는 여당 후보로서의 원숙한 모습을 과시케할 계획이다. 주요 정치쟁점의 경우에도 총무 등 실무선의 협상진척이 부진할 때는 김 후보가 야당후보와 정치적인 「현장타협」을 도출해내는 노력도 기울일 예정이다.
○민주당의 전략
민주당은 국회만 열리면 보자고 오랫동안 별러왔다. 국회의 교체기가 길어 민생현안이 산적한데다 그동안 국회 조사단 구성을 요청했다 번번이 거부당한 ▲군 부재자투표 부정 ▲(주)한양에 대한 특혜융자 등을 톡톡히 따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3당 합당이후 거여에 짓눌려야 했던 13대 후반의 악몽이 3·24총선의 여소야대 심판으로 말끔히 씻어진만큼 원내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한 상태다.
민주당은 개원국회가 대선전의 전초전이 될 것임을 중시,정책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강야의 모습을 함께 보여줄 태세이다. 신뢰감을 심어주면서도 경계심을 누그러뜨려야 한다는 김대중후보의 대선전략의 일단이 개원국회에서 구체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2박3일간의 합숙으로 진행된 의원연수회에서도 물가안정 등 총선당시의 5대 공약을 중심으로 활발한 정책토론을 진행,고성이 아니더라도 여당을 몰아칠 수 있는 가능성을 적극 모색했다.
지자제실시의 연기책임,물가 등 민생현안,총액임금제 강행의 불합리성,군 부재자투표 부정 등을 집중 추궁하기 위해 충실한 정책자료를 준비하고 있고 대통령선거법 협상과 관련,자체 개정안을 준비하는 등으로 별러왔던 14대 국회의 첫장을 멋지게 장식할 계획이다.
○국민당의 전략
국민당은 일단 해결해야 할 국정현안이 산적한 만큼 가능한 한 빨리 국회를 열고 보자는 입장이다. 또한 국회에 들어가서는 기존야당들이 자주 사용했던 「육탄저지」 등의 구태의연한 투쟁방식을 지양하겠다는게 기본생각이다.
즉 모든 국회운영을 「법대로」 「상식대로」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입장은 물론 기존 야당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나름대로의 국회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국민당은 총선이후 계속 기성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을 파고들어 득표기반을 넓힌다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따라서 국민당은 과거 여야 양비론과 정치불감증의 빌미를 제공했던 몸싸움 등 「구태의연」한 국회 운영방식을 철저히 배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대신 국민당은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국회법에 보장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입장을 밝히겠지만 관철되지 않을 경우 표결로 의사를 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당의 정책기능을 강화해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대안있는 정책정당」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계획이다.
국민당은 기본적으로 야당과의 공조를 모색해 나가되 사안에 따라서는 여당의 정책에도 협조함으로써 「야당=반대」라는 고정관념을 불식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개원국회 쟁점
14대 국회의 개원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실시 시기가 최대쟁점으로 도사리고 있고 상임위원장 등 국회직 배분과 대통령선거법 개정여부도 만만치않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지난 1월 노태우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혔듯이 단체장선거의 연기는 정부·여당의 움직일 수 없는 입장.
민자당의 원내 사령탑인 김용태총무는 이와관련,『몇차례의 당정협의 결과 대통령선거와의 동시선거 방식을 포함,금년내에는 단체장선거를 실시할 수 없다는 확고한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민자당은 개원협상을 통해 일단 14대 국회를 열어놓고 95년 실시를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정부안으로 제출,이를 토대로 대야협상을 벌인다는 방침.
그러나 민주당은 단체장선거가 대선 공정성확보의 관건이라고 보고 이 문제를 개원의 절대 선결요건으로 못박고 있다.
민주당은 종전의 「6월중 실시」 주장에서 일보후퇴,대통령선거와의 동시실시,나아가 최악의 경우 「대선후 1개월내 실시」를 마지노선으로 삼고 이에대한 보장이 있기전까지는 원만한 국회운영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
국민당의 경우는 이 문제를 개원과 연계시키지는 않고 있지만 『현안이 산적한만큼 가능한한 등원은 빨리 해야한다』고 말해 원내에서의 문제해결을 추진하다는 방침. 그러나 단체장선거가 늦어도 대선전에는 실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민주당과의 공조를 계획중이다.
민자당은 『단체장선거의 연기는 여론으로부터 충분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최악의 사태」까지도 각오하고 있으나 민주당 원내총무로 내정된 이철의원은 『국회공전에 따른 비난을 감수하겠다』고 말하는 등 단호한 태세. 따라서 14대 국회는 벽두부터 파행을 보일 소지까지 안고 있는 셈이다.
단체장선거 실시에 못지않은 개원협상의 쟁점이 국회직의 배분문제. 「3·24총선」후 잠시 여소야대의 상황이 빚어졌으나 민자당은 꾸준한 무소속 당선자의 영입결과 절대과반수를 넘기자 17석의 상임위장 자리의 「독식」까지를 고려하고 있는 상태.
그러나 당 지도부가 원만한 개원국회 운영을 위해 야당에 대한 상임위원장 할애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독식」주장은 대야협상용의 성격이 강하다.
이에비해 민주당은 『민의반영 차원에서 총선결과에 따라 배분한 13대 국회의 관행은 지켜져야 한다』며 최소한 6석의 할당을 주장. 민주당은 특히 민자당의 과반수의석은 『인위적으로 만든 여대야소』라며 여당의 「독식」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
또 국민당의 경우도 의석분포에 따른 상임위장 배분방식을 주장하는점에서 민주당과 궤를 같이하며 최소한 2석은 받아야 한다는 주장.
이와함께 대선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방송의 컴퓨터 예상득표 보도를 법으로 금지하고 군 부재자투표 개선방안 등의 대통령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도 14대 국회 개원에 있어 의외의 복병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전망
개원협상 및 개원국회에 임하는 여야의 입장은 「상용」할 수 없을 정도로 배치되고 있지만 전망이 반드시 흐린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대선정국이라는 큰 울타리내에서 개원국회 쟁점들이 논의된다는 「외곽상황」과 14대 국회의 첫단추를 끼운다는 현실적 여건이 지렛대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대교체라는 시대적 흐름을 의식하며 대선에서 재대결을 벌이게 된 양김씨의 입장에서 보면 명분과 실리를 조화시켜가며 개원국회를 모양좋게 끌어가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시기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온 여야가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겠느냐는 비관적 견해도 적지않으나 키를 쥐고 있는 두김,또는 두김 및 정주영대표가 대좌하면 정치력이 발휘돼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김영삼대표측이 전망을 어둡게만 보지 않는 것이나 김대중대표측이 YS후보체제가 정국 운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등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결국 여가 새로운 협상카드를 내놓든 여가 적정선까지 물러서는 등의 적절한 명분이 주어지면 파열음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자치단체장 선거를 득표전략의 중요대목으로 여기는 것이 여야의 속셈인게 현실이어서 상임위원장 배분 등의 단순처방을 넘어선 「특약」이 어떻게 마련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같다.<신재민·정광철·황영식기자>신재민·정광철·황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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