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민주주의 사랑을 노래한 시집 「풀잎」을 쓴 월트 휘트먼은 19세기 미국의 대표적인 시인중의 한 사람이다. 휘트먼은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1년전에 열렸던 민주당의 대통령후보 지명대회를 참관한뒤 한 신문에 참관기를 썼다.『… 대회장은 가장 맘보가 나쁜 족속인 거짓말쟁이에서부터 불평분자 엽관배 아첨꾼 기회주의자 허풍쟁이 정상배 뜨내기 식객들과 건달 등이 가득한 바로 장터였다. 이런 사람들중에서 미국의 운명을 걸머지고 나갈 대표를 뽑는다고 생각하니 순박한 국민들만이 불쌍하기만 했다…』
1백수십년전의 미국정치의 모습이었지만 그의 지적은 오늘날에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5번째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직접 선출했지만 선거때마다 소리만 요란했지 단 한번도 정책경쟁에 의한 멋진 게임을 벌인적이 없었다.
이렇게 된데는 질 경우 마치 나락에라도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죽기아니면 살기식의 혈투를 벌이는 후보와 정당에도 책임이 있으나 그에 못지않게 유권자들에게도 똑같이 책임이 있다 하겠다. 따라서 유권자들이 이제는 제발 정신을 차려야 한다. 무능한 통치자,잘못된 지도자를 뽑은 뒤에 후회하고 개탄해봤자 아무 짝에도 소용이 없다.
지난달 여야당은 김영삼·김대중·정주영씨를 각각 대통령후보로 지명했다. 본인들로서는 온갖 구설수와 우여곡절 끝에 1차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국민이 주관하는 예비시험을 치러야 한다. 국민의 예비고사,예심을 거치지 않고는 대선서의 성공은 어림도 없는 것이다.
예비시험기간은 앞으로 장장 6개월. 선거는 예비심사의 합격여부로 판가름 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주 한국일보사가 미디어 리서치사와 공동으로 전국 20세이상 남녀 7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여론 조사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즉 가장 중요한 대목인 대통령선거때 후보선택의 기준을 보면 경제관리능력이 32.4%로 으뜸이고 다음 국가경영능력(25.9%),민주화기여도(11.9%),도덕성(11.3%),지역감정해소(6.4%),참신성(4.3%) 순이며 정당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는 단편적인 여론조사의 결과지만 국민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고 장차 어떤 기준으로 표를 던지겠다는 것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각 후보들은 앞으로 6개월동안 국민이 안심하고 국가의 통치경영을 맡길 수 있는 경영개선 내용과 언행불일치의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는 신뢰를 심어주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20∼30대가 전체 유권자의 60여%를 차지하는 새시대 흐름과 국민정서에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새모습을 보여야 한다.
반면 국민들은 후보들의 판에 박은 주장과 쇼를 구경만 할 수는 없다. 6개월간 감시하고 심사해야 한다.
심사의 경우 각 사회단체 이익집단,즉 경제단체 교육계 대한변협 각종 여성단체 각 학회 노동단체 문화예술인 기술인 과학인 환경 및 소비자보호 모임에서부터 일반시민의 친목회 등에서 후보들을 개인 또는 합동으로 불러 토론회를 갖고 관계분야에 대해 집권후 정책방향과 의견을 듣고 추궁하는 움직임을 활발하게 벌여야 한다. 또 후보들의 성실성 즉 후보들이 허풍과 공약이 아닌,얼마나 합리적인 정책을 내는가를 국민들이 알고 또 이를 통해 국정수행과 통치능력을 심사할 수 있게 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후보들의 도덕성과 전력도 티끌까지 검증하는게 중요하다.
앞으로 6개월동안 국민 각계가 후보들에 대한 예비심사를 철저히 할 경우,정작선거때는 후보들이 1백만∼수십만을 동원하고 권력 금력을 살포하는 과열불법 타락운동을 펴봤자 별로 소득이 없을 것이다.
특히 예심에서 후보들의 능력과 무게의 경중이 드러날 경우 억지로 지역감정을 부추겨봐도 역시 효과는 별로 없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해서 바람과 금력과 권력과 흑색선전에 의존하려는 껍데기 거짓후보,거짓말하는 후보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많은 각 사회단체 압력단체는 저마다 특색있는 토론회의 준비와 공개질문서 작성을 지금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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