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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폭동」 한달 한국 교민사회/한­흑화해 모색속 빨라진 재기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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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폭동」 한달 한국 교민사회/한­흑화해 모색속 빨라진 재기삽질

입력
1992.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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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 해결책 없으면 더 큰 불행” 우려/지역사회 봉사·지도역량 결집등 고심로스앤젤레스 4·29 흑인폭동이 29일로 한달이 됐다. 날벼락과도 같은 광란앞에 「피와 땀」의 결집인 온재산을 하루 아침에 날려버린 LA 교민들은 무너진 잿더미를 딛고 힘찬 재기의 삽질에 나섰지만 워낙 엄청난 재앙에 「홀로서기」는 힘겨운 상황이다.

4·29 폭동으로 인한 교민의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모두 2천5백여가구에 1만명을 상회하는 교민이 4억여달러에 이르는 재산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4·29폭동 피해자협의회는 추산했다.

교민들의 피해액은 LA 전체가 입은 피해규모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번 폭동에서 최대의 피해자는 우리 교민인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남는다. 4·29 폭동에서 노정됐던 한흑간의 반목이 치유차원이 아닌 「갈등의 증폭」쪽으로 표면화됐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불화의 소지는 여전하다.

이런 실정에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 하나가 폭동발발 한달을 앞둔 지난 22·23 양일간 개최된 「한흑의 만남­이해와 협조를 위하여」 워크숍이다. 캘리포니아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가 주최하고 LA주재 한국문화원이 후원한 이 워크숍에는 한흑 커뮤니티의 대표 각 10명씩이 주제발표자로 나서 서로간의 당면문제 제기 및 이해증진 논의 등을 통해 갈등해소 방안을 모색했다.

워크숍은 ▲한흑 갈등문제의 근원 ▲한흑문화와 경험의 차이 ▲현안 ▲해결방안 및 공동노력 등 4개의 패널토의로 나눠 진행됐다.

발표자들과 질의응답에 나선 참석자들은 4·29 폭동으로 불거진 한흑간의 갈등원인에 대해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접근하고 있다.

첫째는 미국헌법의 평등성 보장에도 불구,정부의 공공정책 부재와 현존하는 구조적 인종편견주의로 흑인사회는 물론 한인사회 등 소수민족 모두가 피해자가 됐다.

둘째,한인사회는 미국사회로의 동화를 거부한채 스스로의 문화와 가치관을 고집하는 배타적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셋째,이번 폭동사태는 일부 미국 언론이 호도했던 한흑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근본적 인종차별책·빈부의 불균형 등 정책적 실패에서 기인했다는 점이다.

「문제의 근원」 패널 주제발표자인 알렉스 노먼 교수(UCLA·사회사업)는 미국 언론들이 흑인은 연금수혜자·갱·운동선수로,한인은 낙천적 장사치나 정치후진국의 데모꾼으로 일관되게 「스테레오 타입」을 형성해 한흑 모두가 다민족사회속에 피해자가 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에 고학력에 문화적 긍지가 높은 한인 이민자들이 백인들의 반흑인이미지를 여과없이 수용하고 문화·관습적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가 더해져 서로간의 부정적 감정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한편 예비역 미 육군대령으로 현재 아시안아메리칸 커뮤니티 회장인 김영씨는 미국사회의 구조적 인정차별책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소외된 소수민족사회들이 사로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 장단기적 해결책으로 유능한 커뮤니티 지도자를 육성해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LA카운티 인간관계위원회 위원인 래리 오브리씨는 현재 한인타운은 4개의 선거구로 분구돼 있어 한인들의 정치적 역량이 분산돼 있다며 미국사회의 높은 인종주의적 「벽」을 지적했다.

오브리씨는 이같은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한인들은 이제 같은 구역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불고 있는 라틴계 주민들과 「기득권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근본적 문제해결책 없이는 더 큰 불행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같은 상황에서 가장 시급히 요구되는 사항은 한흑 커뮤니티간에 「징검다리」 역할을 할 지도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LA카운티 인간관계위원인 제이 리 웡씨는 이에대해 지난 86년부터 한흑화합 움직임이 시작,주정부와 시 등에 전담인원 편성과 여러 인권기구를 통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은 미미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각 발표 참석자들은 한흑갈등의 해소방안으로 두 커뮤니티는 다같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부단한 대화와 상호관심을 통해 서로의 이해·관계를 증진하고 권익신장을 이뤄야 한다는데 합치했다.

또한 소수민족에 대한 인종차별 극복을 정부에 의존하기 보다는 자구노력이 긴요하며 흑인사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신들의 「분출되는 에너지」를 긍정적 방법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맺었다.

반면 한인사회는 미국사회에 동화되게끔 정신적 자세를 바꿀 필요성이 있으며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노력과 지도력 결집을 통해 문제해결에 근접해가자고 뜻을 모았다.

지역지도자·관련기관 등 1백여명이 참석,지대한 관심속에 열린 워크숍에서는 때로는 서로간의 해묵은 불만이 표출되고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지 못한 「말의 잔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대화는 서로가 이해하고 관계를 증진하는 첫 걸음임은 틀림없다. 서로가 이를 계기로 한 「전화위복의 지혜」를 기대해본다.<정리=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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