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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정책의 딜레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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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정책의 딜레마(사설)

입력
1992.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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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국은행의 특별융자를 이용한 3대 투신사(한국,대한,국민) 정상화 방안이 「밑빠진 독에 물붙기」격이라는 이유에서 이 방안에 반대한다는 것을 지적한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27일 『국회의 동의를 얻는다』는 약속아래 3대 투신사에 연리 3%의 한은 특융자금 2조9천억원과 국고여유자금 추가지원금 3천억원 등 모두 3조2천억원을 제공키로 했다. 정부는 이번의 한은 특융에 대해서 투신사의 경영부실 심화­증시침체 악화·투자신탁 가입자의 예금인출 쇄도­증시 붕락·금융 공황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그 정당성을 찾고 있다.우리도 3대 투신사의 경영부실과 이에 따른 파급영향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투신사의 경영부실이 재무부의 89년 12월12일 증시안정화 조치에 의해서 야기된 만큼 결자해지의 원리에 따라 재무부가 풀어줄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수긍한다. 그러나 타결의 방식과 시기가 불완전하고 부적절하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뭣보다 정부 즉 재무부의 증권정책이 지금까지 근본적인 오류를 범해오지 않았나 하는 회의를 느끼게 한다. 한 마디로 재무부가 증시에 지나치게 깊숙이 개입하고 있어 오히려 역기능을 자초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처럼 재무부가 증시의 가격조작에까지 직접 나서고 있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투신 3사에 대해 시중은행으로부터 2조7천6백92억원을 차입,주식을 무제한 매입토록한 조치(89··12·12 조치)는 경제의 원리와 윤리를 무시한 무분별한 정책의 표본이다. 주가의 계속되는 하락으로 이 조치는 완전히 실패했고 오늘의 부실을 자초하는 화근이 됐다. 재무부는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가격지지정책이 실패로 끝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89·12·12 조치에서 배웠으면 이번의 한국 특융에 의한 구제조치를 내놓지 않았어야 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치를 했다고 해서 증시가 부양될 것으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재무부측은 3대 투신사의 올해 수지전망이 이번 조치로 당초 5천4백33억원으로 예측됐던 결손이 4백87억원으로 감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실방지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증시의 침체가 계속된다면 투신사는 다시 부실화할 수 밖에 없다. 현재의 정부 논리대로 하면 한은 특융을 다시 해줄 수 밖에 없다. 한은 특융은 한국은행의 발권력으로 융자를 해주는 것이므로 이것은 한은 자체의 주장대로 글자그대로 최후 수단으로 유보해둬야 하는 것이다.

정부의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국민신뢰도가 걸려있는 것이다.

재무부는 89·12·12 조치와 이번 한은 특융조치에서 결국 「큰 손중의 큰 손」 노릇을 한셈이 됐다. 재무부에게는 중소기업이나 농민보다 증시의 투자자들이 더 중요한지 모르겠다. 재무부의 증시가격 조작은 이제는 끝나야 한다. 다시는 12·12 조치가 재연되지 않도록 법제화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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