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명분 개원협상에 물꼬” 겨냥한듯/여/“과열은 여당탓… 단체장연기 호도” 경계/야김영삼 민자당 대표가 28일 대선정국의 조기과열조짐을 진정시키기 위해 대통령후보인 여야 대표회담을 갖자고 민주·국민당에 제의해 그 배경과 향후추이가 주목된다. 대선레이스를 한 템포 늦추자는 그의 제의는 외형상 민생문제와 경제현안타개가 정치권의 당면과제라는 명분을 깔고 있다.
하지만 당장 야당은 김 대표의 제의시점과 의도를 살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대표가 「정치만능주의」에 식상한 여론을 의식하고 자신의 이미지제고를 위한 정치적 제스처차원에서 대표회담을 제의했다는게 야당의 시각이다.
○…김 대표는 이날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자청,『주요 정당이 대통령후보를 확정해 대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대선까지는 아직 6개월이나 남아있어 지금부터의 과열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 김 대표는 이어 『후보선출은 당체제정비적 성격이 강한만큼 당분간 여야가 「평상정치」로 복귀해 경제현안 등의 타개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할 것』이라면서 『이 문제를 논의키 위해 빠른 시일내 김대중대표와 만나기를 원한다』고 말해 대표회담을 공식제의. 이에 따라 당4역이 민주당 당직개편이 단행되는대로 신임 인사차 김대중대표를 방문,대표회담 일정과 의제를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대중대표가 이미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실시보장」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운바 있어 성사여부는 유동적이라는 관측이 우세.
때문에 김 대표의 이날 제의는 대표회담쪽보다 14대 국회개원을 앞두고 국회운영의 이니셔티브를 잡겠다는 수순의 일환으로 보는 해석이 상당하다. 바꿔말해 경제문제를 우려하는 여론의 공감대를 타고 이를 전면 부각시킴으로써 최대쟁점인 자체단체장선거 연기의 불가피성을 은연중 강조한다는 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민주화를 위해 협력과 경쟁관계를 지속해온 김대중대표도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같은 것』이라고 토를 단 것은 이같은 맥락을 반영한다.
또 김 대표의 시급한 과제로 ▲당정일체감 ▲민생 및 경제관리능력이 꼽히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같다. 한마디로 파쟁적 정치양태의 기회비용이 경제난이라는 팽배한 여론과 두 김 재대결에 따른 대선양상의 첨예화 우려 목소리를 의식,일단 정국의 물꼬를 국회쪽으로 틀겠다는 포석에 이번 제의가 무게가 실려있다는 분석이다. 어쨌든 김 대표측은 야당이 대표회담을 피할 명분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위한 다양한 협상카드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 민자 대표의 대화제의를 무리한 정치적 제스처라고 보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화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김 대표의 대화제의 자체에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고 보는 것이다. 김대중대표는 이날 하오 이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 『김 민자 대표가 어떻게 국민에게 이러한 얘기를 할 수 있느냐』고 말해 다소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대표는 『9월에 해도 될 전당대회를 5월로 앞당겨 조기선거 분위기를 앞장서 조성한게 누구였느냐』면서 『김 민자 대표가 후보지명을 받은 뒤 처음으로 언급한게 자치단체장선거 연기문제 아니었느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김 민자 대표의 대화제의를 정면으로 받아치는 방식으로 지자제단체장 선거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오히려 부각시키려는 태세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줄기차게 지자제단체장선거에 대한 매듭이 풀리지 않는한 개원협상에 진척이 있을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분명히 해왔는데 김 민자 대표의 대화제의에도 이를 그대로 적용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와관련,조승형 비서실장은 『지자제문제 해결이 전제되지 않는한 영수회담이든,대표회담이든 어떤 형태의 대화도 무의미하다』면서 『자기들 손으로 만든 법도 지키지 않는 마당에 대화에 신뢰감이 생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원내 총무로 내정된 이철의원도 『국회를 공전시킨다는 비난을 들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지자제단체장 선거를 풀어내고야 말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민당은 김영삼대표의 선거운동 유예제의에 대해 즉각 『대선 분위기를 조기에 과열시킨 쪽이 누구인데 그런 얘기를 하느냐』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주영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거분위기 과열은 민자당이 부추긴 것일뿐』이라며 총선직후 빚어졌던 민자당 경선정국에 화살을 돌린 뒤 『우리는 과열시킨 것이 하나도 없다』고 김 대표 제의를 원천적으로 반박했다.
정 대표는 또 『우리당이 시장을 방문하는 것은 물가와 경제사정 등을 파악하려는 통상적인 정당활동』이라고 주장한 뒤 『그들처럼 표를 얻기위해 간것이 아니므로 사전선거 운동이라 할 수 없다』며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 대표는 김 대표의 대표회담 제의에 대해서도 『만나자는 조건이 무엇인지 면밀히 검토한 뒤 회동에 응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면서 『자신들의 당을 다키워 놓고 조그만 당이 크려고하니 막는다면 불공평한것 아니냐』며 제의자체를 정치적 공세로 치부했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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