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계파 없이 독자 보수노선/경제회복·마피아소탕 떠안아난항을 거듭해오던 이탈리아 의회의 대통령선거에서 25일 집권 기민당의 보수원로 오스카 루이지 스칼파로 하원의장이 차기대통령에 선출됐다.
이탈리아 상하 양원은 이날 실시된 16차 투표에서 재적 1천14표중 과반수를 훨씬 넘는 6백72표를 획득한 스칼파로 의장을 프란체스코 코시가 전 대통령에 이어 이탈리아의 제9대 대통령으로 확정했다.
스칼파로 의장의 대통령당선에는 지난 23일 발생한 마피아 범죄소탕의 선봉장 지오바니 팔코네 사법관 암살사건이 「돌출변수」로 작용했다.
지난 2주 동안 대통령선출을 둘러싸고 15차례나 투표를 계속할 정도로 첨예한 대립을 보여왔던 이탈리아의 주요 정당들은 팔코네 판사의 피살사건으로 엄청나게 악화된 국민여론에 직면해야 했다.
따라서 이를 무마시키기 위한 공동의 수습책 마련이라는 차원에서 좌파 민주당(구 공산당) 및 사회당 자유당 등 주요연정 대표들이 24일 긴급회동,스칼파로 의장을 통해 대통령에 추대하기로 합의한 것.
스칼파로 신임 대통령은 이탈리아의 제헌의원 출신으로 46년 건국이래 줄곧 의원직을 지켜온 관록의 정치인.
45년이 넘는 정치생활동안 내무장관직(83∼87년)을 역임하는 등 정부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87년에는 코시가 전 대통령에 의해 총리에 지명됐으나 의회동의를 얻는데는 실패했었다.
당시 의회의 비토 이유는 그의 과도한 보수성향과 거의 광신적인 신앙생활 때문이었다.
특히 그의 종교적 열정은 유별나다. 매일 새벽기도를 거르지 않는 독실한 가톨릭신자인 스칼파로는 지난 4월24일 하원의장에 당선됐을 때도 신부를 의회로 초청해 기도를 부탁하게 해 일부 좌익계 및 파시즘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는 또한 평상시에도 「성모마리아와 대화」를 나누는 기행을 보여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립정부를 주도하는 기민당내에서도 특정계파에 속하지 않고 독자적인 보수노선을 견지해온 스칼파로는 자당내에서도 반대파가 적지 않은 편.
특히 자신이 이탈리아 헌법을 제정하는데 참여했다는 이유로 최근 이탈리아 정계의 관심사인 헌법개정에 적극 반대,코시가 전 대통령과도 마찰을 빚어왔다.
이 때문에 코시가는 지난 4월 기민당에서 스칼파로를 하원의장에 내세우자 반대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스칼파로는 정치적 경륜이 뛰어나고 대중적 인기도 좋은 편이다.
그의 향후 정치적 과제는 지난 4월24일 줄리오 안드레오티 총리의 사임으로 공백이 된 총리를 임명하고 만성적인 경제침체를 탈피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정책을 마련하는 것.
또한 팔코네 사법관의 피살을 계기로 여론이 빗발치는 마피아와의 전쟁도 그가 책임져야할 몫이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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