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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전쟁 무기력” 이 정국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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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전쟁 무기력” 이 정국 시끌

입력
1992.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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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판사 잇단 피살… 국민 분노/소탕전속 밀매조직은 아직 건재「마피아와의 전쟁」을 외치는 목소리로 이탈리아가 들끓고 있다.

그동안 마피아소탕에 앞장섰던 조반니 팔코네 사법관(53·법무부 형사국장)의 장례식이 치러진 25일 장례식장인 시칠리아 팔레르모의 산 도미니코 바실리카 교회에 운집한 수천명의 조문객들은 이 자리에 참석했던 각료와 정치인들에게 비난과 욕설을 퍼부으며 무력한 정부를 질타했다.

마피아의 발상지이자 본거지인 시칠리아 노동자들은 이날 팔코네 사법관의 죽음에 항의하며 8시간의 총파업을 실시했고 이탈리아 전역에서도 장례식시간에 맞춰 1시간 동안 파업이 있었다.

팔코네는 지난 23일 승용차를 타고가던중 도로밑에 매설된 1톤가량의 원격조종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부인·경호원 3명과 함께 참변을 당했다.

팔코네는 지난 84년 재소중인 마피아 조직원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내는데 성공,3백42명의 마피오조(마피아의 사나이들)를 검거해 총 2천6백65년형을 선고받게 하는 등 지난 10년간 마피아 수사팀을 진두지휘하며 이탈리아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아왔다. 지난 89년에도 한 차례 폭탄암살기도를 모면한 적이 있는 팔코네는 거듭된 암살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최근 미국의 연방수사국(FBI)을 본뜬 대마피아소탕종합수사국 설치를 추진하던 중이었다.

팔코네는 대마피아작전 이외에도 최근 발생한 정치인들의 비리사건인 「밀라노 스캔들」을 내사하면서 스위스은행의 계좌를 추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팔코네의 피살은 여러모로 큰 파문을 몰고 왔다.

우선 극비사항에 속하는 팔코네의 움직임이 어떻게 탐지됐느냐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팔코네는 신변보호를 위해 특별기를 사용해 왔고 그의 동정은 철저히 비밀에 싸여왔다.

따라서 팔레르모공항 도착후 시속 1백㎞로 달리던 그의 승용차가 고속도로상에서 눈깜짝할 사이에 1톤이라는 엄청난 폭탄에 의해 폭파된 것은 법무부나 정부 고위층에 마피아의 끄나풀이 침투해 있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 조문객들이 정부 각료와 정치인들에게 욕설과 비난을 퍼부은 것도 이런 의혹때문이었다.

팔코네의 피살로 야기된 이탈리아 국민들의 분노가 곧 마피아 조직의 발본 색원으로 이어질는지는 현재로서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지난 1세기동안 이탈리아의 암흑세계를 지배해온 마피아는 정부의 끈질긴 소탕작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막강한 위세를 떨치고 있다. 그동안 마피아 추적에 나섰던 경찰 기자 정치인들은 예외없이 끔찍한 보복살해를 당해왔다.

지난 82년 이탈리아 하원의 내무·법사위원회 합동회의가 반마피아 법안을 통과시킨뒤 불붙기 시작한 마피아 소탕작전은 그해 9월 시칠리아 주지사 달라 치에사 장군부부의 죽음을 불러왔다. 70년대 경찰책임자로 있을 당시 악명높은 도시게릴라 「붉은 여단」을 분쇄해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던 치에사 장군은 시칠리아 주지사로 임명된뒤 마피아와 정면대결을 벌이다 기관총에 난사당했다.

치에사의 죽음은 유레없는 대마피아 전쟁으로 이어졌고 3년6개월에 걸친 정부와 마피아의 피비린내나는 싸움은 86년 2월 4백74명의 마피아 조직원이 재판에 회부됨으로써 정부의 일방적 승리로 막을 내리는듯 했다. 특히 「마피아의 황제」로 불리던 미켈레 그레코의 체포는 마피아의 종언으로 비쳤다.

실제로 이 재판후 2년 넘게 마피아는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88년 9월 미켈레 그레코와 살바도레 그레코 형제에게 종신형을 선고한 팔레르모법원의 안토니오 사에타 판사를 기관총으로 난사,살해함으로써 마피아는 그들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탈리아 정부와 사법당국은 이 사건을 공권력에 대한 마피아의 정면도전으로 간주,제2의 마피아 전쟁에 착수했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시칠리아를 비롯,이탈리아 남부는 다시 마피아의 수중으로 넘어갔다.

독재자 무솔리니조차 그 근절을 포기했다는 마피아가 팔코네 사법관 암살사건을 계기로 근절될 수 있을까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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