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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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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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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오래되고 이름난 책방이 또 하나 문을 닫았다. 40여년을 지켜온 서점 간판이 아깝거니와 그보다 더한 것은 책방이 갈수록 오그라 들고 사라져 간다는 사실이다. 번화가에선 대형서점 몇몇을 빼곤 명맥이 끊겨간다. 학교 주변이나 주택가에서도 점점 찾아보기 어렵다. 독서량이 나날이 줄어든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출판업과 서점은 요즘 때 아니게 단단히 추위를 타고 있다. 비수기라는 여름철이 다가오니 녹아내리는 얼음이나 마찬가지이다. 책방이 없는 거리는 우리 문화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낸다. 폐점 계획을 밝힌 어느 서점주인은 노래방이나 열어 볼까 하는 의사를 밝혔다. 아니나 다르랴,책방은 줄어들고 노래방은 기세를 떨치며 늘어난다. 문화의 기형화에 너무 무관심하다. ◆최근 힘들고 지저분하고 위험한 일을 피하려는 경향이 생겼다. 독서 기피도 비슷한 현상인 것 같다. 책을 읽는 일은 어렵고 지루하고 골치 아프다. 읽고 생각하기보다 떠들고 노는 쪽이 훨씬 쉽고 재미있다. 독서는 어려서부터 버릇이 들지 않으면 나이 들어 더욱 싫어진다. 어린이들은 동화책보다 만화를 즐기고 학생들은 교양서적을 잊은채 참고서에만 매달리고,그러다 보니 책과는 담을 쌓게 된다. ◆이런 세대와 세태에다 아무리 고상한 독서송을 들려준들 마이동풍이 아니면 다행이다. 맹자는 독서상우라 하였고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어야 과거의 현인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고 극구 칭찬하며 권장했지만,이 정도의 말은 이제 코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책방문화가 노래방문화로 전락함은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읽으라고 강요해서 읽는 책은 아무 소용이 없다. 저절로 읽고 싶어서 읽어야 인간개발에 도움이 된다. 그렇지 못하면 정신의 황폐화를 면하기 어렵다. 정치현실을 개탄하고 경제를 우려함도 필요하나 마음이 거칠어짐 또한 걱정거리이다. 독서를 싫어하고 기술개발과 투자에 인색하고,이렇게 표류하다 우리가 닿을 곳은 어디일까. 생각하니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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