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령」통과 싸고 여야 첨예대결 벌일듯/국왕 새총리 승인·친군 정당 대응도 “주목”【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태국사태는 수친다 총리의 퇴진으로 일단 「민권승리」로 귀착되고 있으나 개헌작업과 새총리 선출문제,발포책임자 처벌문제 등을 둘러싼 진통과 혼미가 계속되고 있다.
최대의 난제는 이번 유혈사태의 책임자 처벌문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소요는 완전히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재야세력은 처음 수친다의 퇴진만을 요구하던 것에서 이제는 수친다뿐 아니라 현 군부 지도자들에 대한 처벌문제를 본격적으로 들고 나오고 있다.
수친다는 국왕이 승인한 사임발표문에 자신을 포함한 모든 관련자에 대한 사면령을 포함시켜 면죄부를 얻어내려 했다. 그러나 일반여론은 유혈진압과 관련된 책임자 전원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태국 육사5기 출신으로 현 군부 핵심지도부를 이루는 수친다와 수친다의 처남이자 육군사령관 이사라퐁 장군,군최고사령관겸 공군사령관 카세트 공군원수,내무부장관 겸 공군사령관 아난트 원수 등 4명이 재야가 요구하는 처벌대상으로 집약되고 있다.
특히 이사라퐁 장군은 수친다의 인척인데다 방콕치안을 맡고 있는 책임자로서 처벌을 면키 어려운 상황.
수친다의 「사면령」이 국왕의 승인을 받아냈다고 하나 효력을 발생하려면 의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며 25일 열린 의회가 이를 전면 승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무리 친군부 정당이라고 할지라도 국민의 처벌요구가 비등점을 넘은 이상 그들도 살길을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새희망당 당수인 차발리트 용차이유드는 이미 『야당들은 유혈사태 책임자에 대한 사면을 거부할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수친다의 뒤를 이어 과연 누가 다음 총리가 될 것인가는 향후 정계개편 문제와 관련,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계 소식통들은 집권 친군부 5개 정당이 민선총리를 보장하는 헌법개정을 완료하려면 절차상 수주일이 걸리기 때문에 현 5명의 부총리중 민선의원이 아니지만 헌법전문가인 미차이 루추판 부총리를 헌법개정 작업까지 임시 과도총리로 선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헌법이 개정되면 차기 정권을 이끌어갈 인물은 민선의원 가운데서 선출하게 되어 있다. 때문에 새총리에는 현재로서는 공군사령관 출신으로 친군부정당 차티 차이당 지도자 솜분 라홍과 제1야당 새희망당수인 차발리트(60)가 가장 유력한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유혈사태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고 이에 따라 삼마키탐당 등 친군부 5개 정당도 서로 살길을 찾기 위해 전열이 흐트러지고 있어 차기 총리로 누구를 내세울지는 현지 관측통들도 쉽게 예견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국왕이 60년간의 입헌군주사상 처음으로 차발리트 새희망당 당수를 하원의 야당 지도자로 지명한 사실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친군부 5개 정당이 민의에 밀려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국왕이 차발리트를 하원의 야당 지도자로 지명한 「이례적 행동」은 국왕이 차기 총리로 그를 점찍었다는 조심스러운 분석을 낳고 있다.
실제로 정치분석가들은 국왕이 점지한 이상 그가 그동안 친군부로 구별했던 정당과 손잡고 총리에 앉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친다가 사임했다고 해도 집권 군부세력의 거대한 뿌리가 남아있는 이상 집권세력이 그렇게 쉽사리 모든 것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며 실제 군부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도 만만치 않다.
현 헌법은 상원의원 2백70명 전원을 군부에서 임명토록 하고 있고 이중 70명이 동의하면 의회를 해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등 군부의 계속 집권을 제도화해 놓고 있다.
이번 개헌에 상원 구성문제도 포함되어 있으나 여의치 않을 경우 의회를 해산,재선거를 실시할 수 있는 카드가 군부의 손에 쥐어져 있다.
재선거를 실시할 경우 이번 민주화시위에서 대중적 인기를 모은 잠롱 전 방콕시장이 돌풍을 일으켜 차기대권을 잡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군부는 수친다 총리의 군내부연금설 등으로 알 수 있는 생존을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며 따라서 잠롱의 집권 등 정치구도의 혁명적 변화는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
일부 분석가들은 이번 사태로 인한 군부의 정치적 후퇴가 일시적인 것이며 곧 이어 이를 회복하기 위한 시도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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