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무죄·무전유죄」 질타에 숙연/“형평의식등 확립 절감” 한목소리대법원이 법률교육위주의 판사연수를 교양 및 인성교육중심으로 전환키로 방침을 정한 이후 중견판사들에 대한 연수가 처음으로 실시돼 관심을 끌고 있다.
25일 상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법연수원에서 열려 오는 28일까지 4일동안 계속되는 이번 연수에는 사법연수원 2∼7기를 수료한 법관경력 15년이상의 전국지방법원 부장판사 29명이 참여하고 있다.
25일과 26일에는 각계의 원로인사들을 초빙,소송과 관련된 일반교양 등을 수강하고 28일까지는 충북 수안보에서 합숙하며 양형토론·체육행사·재판사무 및 사법행정에 관한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첫날인 25일에는 교양강좌로 ▲선배법관의 당부 ▲변호사가 바라는 법관상 ▲언론인이 보는 법관상 ▲남북한 관계 ▲국악의 이해 등의 과목이 편성됐다.
법률전문지식을 습득키위한 강의 이외에는 재교육이 전무했던 탓인지 연수에 참가한 부장판사들은 사법부의 현실을 비판하는 초빙강사들의 강의를 진지하게 경청했다.
이일규 전 대법원장은 「선배법관의 당부」라는 강연을 통해 『사건에 임할 때마다 항상 법전을 뒤적이고 사건기록을 철저히 검토하는 자세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 전 대법원장은 『3∼4회만 재판을 진행해도 결심할 수 있는 사건을 수십회씩 기일을 연장해가며 재판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며 』 주임판사와 재판장이 서로 떠넘기며 기록검토를 소홀히 하기때문에 이런 안타까운 현상이 벌어진다』고 지적,성실한 자세로 재판에 임하는것만이 훌륭한 법관이 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김홍수회장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상식으로 통하고 있는 요즈음의 사법현실을 질타한뒤 부정척결과 국민의 기본권보장에 온몸으로 앞장서 줄것을 촉구했다.
김 회장은 국민들의 94.2%가 법의집행과 판결이 금력·권력에 좌우된다고 믿는다는 법제연구원의 최근 설문조사를 예로들면서 『돈있고 권력있는 사람은 죄를 짓고도 감옥에 가지않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사법부가 이를 막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김창열 상임고문은 「언론인이 보는 법관상」 이라는 강연에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사법정의의 실현을 위해서는 사법과 언론이 상호보완적 관계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2주전 소송관계로 서초동법원을 처음 방문했다고 밝힌 김 고문은 ▲법원청사의 구조와 외양에서부터 권위적인 군사문화의 잔재가 느껴지며 ▲예,아니오만 요구하는 법관의 신문방식과 증인을 불안하게 만드는 푹 주저앉은 증인석 등 법원방문 소감을 밝히면서 사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연수에 참여하고 있는 한 판사는 『오랜만에 법전과 실무에서 떠나 객관적 자세로 사법부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같다』며 법원의 새로운 시도를 환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사연수는 시대변화에 맞춰 판사의 형평성과 균형의식을 키우고 원만한 재판진행을 위한 법관의 인성을 확립하기 위한 첫 시도』라며 『앞으로 중견법관은 물론 신임 법관들에게도 5년 간격으로 지속적인 재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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