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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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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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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네 정치판에서 흔히 쓰는 말이다. 실제로 그런 사례를 우리는 종종 목격하고 있다. 특히 3당 합당으로 이뤄진 민자당 안에서는 날마다 그런 장면을 구경할 수 있다. ◆김영삼씨의 야당총재 시절 여당대표를 지냈던 권익현씨가 김씨의 대통령후보 추대위원장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얼마전의 광경을 보고 격세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 김씨가 79년 야당총재로서 국회의원 제명 처분을 당할때 공화당 간부로 있던 박준규 국회의장이 며칠전 민자당 전당대회 의장으로서 김씨의 대통령후보 당선을 선포하는 장면도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하는데 충분한 것이었다. ◆그보다 더 놀랄만한 광경은 김씨가 지난 22일 대통령 후보로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방문한 것이다. 신문과 TV를 통해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세상 참 많이 변했구나』를 연발했다. 김씨쪽에서 볼때 전씨는 서슬이 시퍼렇던 5공시절 단식까지 해가며 싸웠던 정적이었다. 정말 당시로서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군사독재 정권의 우두머리였다. ◆두 사람의 만남도 만남이었지만 그자리서 김씨가 전씨에게 노태우대통령과의 화해를 종용했다는 것은 더욱 아이로니컬 하다. 이제는 정적 이상으로 벌어져 있는 친구사이에 하필이면 김씨가 중재역으로 끼어들어야 하는가 하고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건 그렇다치고 김씨가 전씨를 찾아가 만난 것이 정치적으로 보탬만 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5공 인사들을 의식해서 범여권 결속이라는 효과를 노리고 찾았겠지만 아직도 전씨에 대한 반감을 버리지 않고 있는 국민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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